'피구 봉쇄' 송종국 "2002년 기억해주는 국민들 덕에…"[1인칭 월드컵 시점③]

김성수 기자 2026. 5.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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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6월12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인의 축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같은 날 체코와의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일정을 소화한다.

스포츠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특집-1인칭 월드컵 시점'이라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월드컵 경험담을 전하고, 일생일대의 무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2002 한일 월드컵은 2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축구사 최고의 대회로 여겨진다. 3편의 주인공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던 포르투갈전서 당대 최고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를 봉쇄했던 송종국(48)이다. 스포츠한국은 송종국을 만나 그때의 영광을 돌아보고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1편: '멕시코서 마라도나 막은' 박경훈이 북중미 월드컵 후배들에게[1인칭 월드컵 시점①]
2편: '아파도 태극마크에 모든 걸 쏟아부은' 이청용이 돌아본 월드컵[1인칭 월드컵 시점②]
3편: '피구 봉쇄' 송종국 "2002년 기억해주는 국민들 덕에…"[1인칭 월드컵 시점③]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서 루이스 피구를 봉쇄하며 인생 경기를 펼쳤던 송종국.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송종국의 '인생 경기'로 남은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

현역 시절에도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했던 송종국은 은퇴 후에도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은 활동량을 보이고 있었다.

우선 떼놓을 수 없는 축구에서는 올해 신설된 화성시 23세 이하(U-23) 팀의 감독을 맡아 프로 진출을 꿈꾸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있었다. 송종국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와 체력, 활동 범위를 강조하며 선수들을 다재다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키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소속 선수였던 박진우를 K리그2 프로구단인 화성FC에 입단시키며 팀 창단 첫 프로 선수 배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젊은 후배들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일념으로 이날도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현장에 나와 연습경기를 지휘한 송 감독이었다.

송종국은 이외에 경기도 동탄에 축구센터를 운영하면서, 평택시 용이동에는 '벽돌집 소갈비살'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열어 축구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그의 현역 시절 사진과 유니폼을 포함해 2002 한일 월드컵 영웅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장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상 중에도 열정적으로 제자들을 지도하는 송종국 화성시 U-23팀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이라는 강호들과 한 조를 이뤄 2승1무의 조 1위로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이어 16강서 이탈리아, 8강서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기적의 '4강 신화'를 썼다. 비록 4강서 독일, 3-4위전서 튀르키예에 패해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최고 순위다.

"월드컵 직전 5월 평가전서 스코틀랜드에 4-1 승리, 잉글랜드와 1-1 무승부, 프랑스에 2-3 패배를 기록했어요. 아마 잉글랜드-프랑스를 상대로 크게 졌으면 우리는 정말 끝이었을지도 몰라요(웃음). 하지만 스코틀랜드전을 시작으로 강호들을 상대로 워낙 잘 풀어나갔죠. 이전에 프랑스, 체코 등에게 당했던 큰 패배들이 자양분이 된 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선에서 할 만 하다고 느껴졌고 폴란드전 2-0 승리, 미국전 1-1 무승부로 이어졌죠."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묻자 송종국은 "16강 이탈리아전과 8강 스페인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하면서도 거의 돌파 당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포르투갈전서 피구를 막았던 걸 기억해 주시지만, 스페인과의 8강에서도 루이스 엔리케 현 파리 생제르맹 감독과 가이스카 멘디에타 등 유명한 선수들을 막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둘에게도 제 뒤의 공간을 거의 내주지 않았죠. 피구든 엔리케든, 상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봤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답했다.

송종국은 대표팀의 한일 월드컵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서 이룬 기록이기에 더욱 대단한 것. 당연히 대표팀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한 전 경기 풀타임 출장자였으며, 활동량이 많은 윙백 포지션에서 만든 기록이기에 정말 놀라운 성과였다. 히딩크 감독이 가장 믿고 기용했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결을 묻자 송종국은 "당시 대표팀에서는 제가 오른쪽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들어가고 미드필더가 내려오는 등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이뤄졌어요. 히딩크 감독님 부임 후 월드컵까지 1년 반 동안 모여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기에 전술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었죠"라며 "몸도 워낙 잘 만들었어요. 당시만 해도 스피드 저하를 걱정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지만, 저는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했던 게 체력과 부상 방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서 루이스 피구를 봉쇄하며 인생 경기를 펼쳤던 송종국. ⓒAFPBBNews = News1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전은 '4강 신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당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포르투갈을 박지성의 결승골로 1-0 격파하며 탈락시킨 경기. 송종국은 이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에이스이자, 대회 2년 전인 2000년에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루이스 피구를 봉쇄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포르투갈전은 긴장이 많이 되는 경기였어요. 포르투갈이 미국에 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 최강자 위치에 있었고, 한국은 2경기에서 1승1무를 거뒀지만 포르투갈에 지면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폴란드와 미국의 경기 결과에 따라 지더라도 16강에 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벤치에서 그쪽 경기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서 끝날 때까지 몰랐습니다. 우리 경기 이길 생각만 하라는 히딩크 감독님의 메시지였죠. 경기 중에 포르투갈 선수들이 '비기면 둘 다 올라가니까 살살 하자'라는 느낌을 줬는데, 우스갯소리로 다들 영어를 못할 때여서 못 알아들은 게 다행이지 않나 싶어요(웃음)."

"피구는 저를 못 뚫으니 나중에 반대 측면으로 도망가더라고요. 전반전에 따라가서 괴롭혔던 기억이 나요(웃음). 재밌는 건, 히딩크 감독님이 피구를 따라다니라고 시킨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피구를 따라 반대편으로 이동해 수비를 하니까 (이)영표 형이 오른쪽으로 와서 자연스럽게 위치 이동이 됐어요. 결국 통했으니 감독님이 크게 질책하지 않으셨던 듯합니다. 월드컵 전체를 봐도 저한테 뭐라고 하신 적은 거의 없어요(웃음)."

한일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송종국이었지만 2006 독일 월드컵은 그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며 그대로 월드컵 커리어를 마쳤다. 대표팀 역시 1승1무1패의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이 없었다면 문제없이 잘 뛸 자신이 있었어요. 2005년 겨울에 독일에서 왼쪽 발목 수술을 했는데, 잘못 자란 물렁뼈를 자르는 거였어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재활 후 복귀까지 한 달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조깅조차 할 수 없는 거예요. 당시 소속 팀이었던 수원 삼성의 훈련 때 제대로 뛰지를 못하니 차범근 감독님께서도 걱정하셨죠. 나중에 일본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니 제거됐어야 할 뼈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때 수술을 하면 회복까지 시간이 걸려서 월드컵과는 멀어지는 거였기에, 약물치료를 하며 어떻게든 몸을 끌어올렸습니다. 왼쪽 발목이 잘 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월드컵 직전에 80%까지 몸 상태를 만들었지만, 부상을 계속 달고 있다 보니 최종 명단에 들긴 했어도 주축으로 뛰기는 어려웠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습니다."

ⓒAFPBBNews = News1

▶송종국이 생각하는 홍명보호, 그리고 월드컵의 의미

월드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선배 송종국에게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후배들에 전할 조언, 대표팀에 필요한 것을 물었다. 그는 홍명보호와 월드컵 무대에 대한 솔직한 생각에 더해, 응원의 목소리도 전했다.

"독일 월드컵 때 후배들이 잘해줬지만, 월드컵을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은 얼어버려서 공을 못 잡기도 했어요. 월드컵에서는 긴장해서 움츠러들면 끝이에요. 월드컵 첫 경기에 들어가면 20~30분 동안은 몸이 굳어버려요. 몸이 풀릴 때쯤 되면 경기가 끝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유럽서 뛰는 선수가 많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낯선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풍부하니 긴장을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첫 경기부터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상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첫 상대인 체코가 네드베드가 뛰던 옛날의 체코가 아니기도 하고요. 국민들이 대표팀을 불안하게 보시는 이유는 아직 명확한 '우리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방의 안정감, 전체적인 균형, 마지막 결정력과 같은 것들이죠."

"그래도 대표팀이 16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다는 점은 성과고, 평가전은 감독이 월드컵 전까지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보완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히딩크 감독님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월드컵까지 쭉 잘하면 좋겠지만, 모든 팀이 그럴 수는 없어요. 지금은 믿음을 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4년 내내 대표팀을 지휘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도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16강 진출을 해내니까 박수를 받았어요. 월드컵에서 성적을 못 낸다면 질책하는 게 맞지만, 본 무대를 앞둔 현재는 그래도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설영우. ⓒKFA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를 뽑아달라고 하자, 송종국은 주저 없이 본인과 같은 측면 수비수인 설영우를 선택했다.

"설영우의 플레이를 보면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이고 머리를 잘 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튀지는 않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예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선수라서 이번 월드컵에서도 팀에 큰 힘이 될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송종국에게 월드컵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다소 놀라우면서도 그의 솔직함과 겸손함이 묻어나는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월드컵이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는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 축구를 하면서 월드컵은커녕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대신 생계를 위해 현실적으로 은행팀에 들어가서 지점장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1990년대 당시 은행팀에서 뛰면 선수 은퇴 후에 은행 직원으로 일할 수 있었거든요. 다만 IMF로 인해 은행팀들이 없어지고 대학 졸업 때 프로팀들이 커지면서 프로축구 선수가 됐죠. 월드컵은 운 좋게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제가 선수로 뛸 때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연습생으로 대표팀을 따라다니다 부상 선수가 나온 위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어요. 그래도 대표팀 합류 일주일 만에 히딩크 감독님의 눈에 들 수 있었네요(웃음). 지금까지도 2002년을 기억해 주시는 국민들 덕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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