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시너도 없고, 알카라스도 없었는데…결국 조코비치를 멈춘 건 39세의 시간
- 시너 탈락·알카라스 불참으로 열린 대진표, 끝내 살리지 못한 마지막 기회
- 유럽 언론 “세대교체의 상징적 장면”…메이저 25승 도전도 다음으로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파리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손목 부상으로 불참했고, 세계 1위 야닉 시너는 폭염 속에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충격 탈락했습니다. 롤랑가로스 남자 단식 정상을 향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노박 조코비치에게 향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까."
하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3번 시드 조코비치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브라질의 19세 신성 주앙 폰세카에게 2-3(6-4, 6-4, 3-6, 5-7, 5-7)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무너졌습니다. 경기 시간은 4시간 53분에 달했습니다. 조코비치의 통산 25번째 메이저 우승 도전도 멈췄습니다.
유럽 언론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의외로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세대교체."
프랑스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전부터 이 맞대결을 "커리어의 양 끝에 선 두 선수의 대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쪽은 24차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39세의 전설, 다른 한쪽은 미래를 대표하는 19세의 신성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조코비치의 경험이 빛났습니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두 세트를 먼저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폰세카는 더 강하게 때렸고 더 많이 뛰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세트가 상징적이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조코비치가 코트 뒤로 밀리기 시작한 반면 폰세카는 과감하게 베이스라인 안으로 들어와 공격했습니다. AP통신은 조코비치가 경기 후반 피로에 시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고, 폰세카는 마지막 세트 결정적 순간 에이스를 연달아 꽂아 넣으며 승부를 끝냈다고 전했습니다.
폰세카에게도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그는 경기 전부터 조코비치를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항상 코치에게 조코비치와 경기하고 싶다고 말해왔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코트에 들어선 뒤에는 달랐습니다.
"존중은 하겠지만, 이기기 위해 싸우겠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번 롤랑가로스는 유난히 선수들에게 가혹했습니다.
낮 기온은 35도 가까이 올랐고 여러 선수가 탈진 증세를 보였습니다. 조코비치 역시 대회 초반부터 얼음주머니를 목에 두르고 체온을 조절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그는 "왜 명확한 히트 룰이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폭염은 결국 조코비치 자신에게 가장 큰 적이 됐습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함(freshness)"이라고 말했습니다. 몸 상태를 유지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말은 맞았습니다.
문제는 상대보다 자신이 먼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통산 25번째 메이저 정상에 오르며 마거릿 코트를 넘어 남녀 통틀어 단독 최다 메이저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시너가 사라졌고 알카라스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유럽 언론은 이번 대회를 "조코비치의 마지막 큰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전 세계 1위 앤디 로딕은 조코비치를 두고 "커리어 후반기의 세리나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투어를 지배하며 몸을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메이저 대회 안에서 경기력과 몸 상태를 함께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패배는 그 현실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결국 조코비치를 막은 것은 폰세카의 강한 포핸드만이 아니었습니다.
39세의 몸, 폭염 속 회복력, 그리고 세대교체의 흐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롤랑가로스는 조코비치의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파리는 다른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조코비치의 우승 도전'보다 '다음 시대의 시작'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 무대로 기억될지 모릅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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