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가 경기 호출 뺏는다”… 카카오T 벤티·블랙에 무슨 일이
경기개인택시조합 “타 지역 택시 오면 수익 감소”
카카오T 벤티 기사 “타다 되는데 우리만 지연” 불만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가 수도권 대형·고급택시를 하나의 권역처럼 운영하는 실증 특례를 승인받고도 수개월째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지역 개인택시 업계가 “서울 택시가 경기 호출을 가져가면 수입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반면 카카오T 벤티·블랙 기사들은 이미 비슷한 실증을 시작한 타다와 비교하며 “카카오T만 막힌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례 승인받고도 멈춘 카카오T 벤티·블랙
28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말 경기개인택시조합, 경기도청, 국토교통부와 ‘대형·고급형 택시 사업구역 광역권 통합 운영’ 실증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양측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이후 추가 협의에는 경기개인택시조합이 참석하지 않았고, 실증 개시 논의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신청한 해당 실증 특례를 승인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와 세부 운영 방안을 협의한 뒤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때문에 특례 승인은 받았지만, 지자체와 택시업계의 동의 없이는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실증은 카카오T 벤티·블랙에 가입한 대형·고급형 택시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단위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서울 택시가 경기 지역으로 손님을 태워 간 뒤 다시 인천행 호출을 받는 식의 운행이 제한돼 있다. 특례가 적용되면 수도권 안에서는 지역 구분 없이 호출을 받고 운행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 개시일로부터 2년간 실증을 진행하고, 국토부는 이후 성과 평가 등을 거쳐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경기 개인택시 “서울 택시 유입 땐 수입 감소”
하지만 경기 지역 개인택시 업계는 소득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경기도 택시 면허 대수는 3만8039대로, 서울시 7만1613대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 개인택시 업계는 수도권 통합 운영이 시작되면 서울 택시가 경기 호출 시장으로 들어와 지역 기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경기개인택시조합은 이번 실증이 ‘택시 총량제’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택시 총량제는 지역별 택시 공급을 일정 규모 안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택시가 과잉 공급되면 기사 소득이 줄고, 장시간 노동이나 과속 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2005년 도입됐다.
경기도는 국토부의 ‘제5차 택시 총량 고시’에 따라 2029년까지 지역 내 택시를 총 2886대 줄이기로 했다. 경기개인택시조합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다른 지역 택시가 유입되면 총량제 효과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타다는 되고 카카오는 안 되고… 쟁점은 플랫폼 영향력
반면 카카오T 대형·고급 택시 기사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타다는 지난해 9월 실증 특례를 받아 수도권 통합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카카오T 벤티를 운행하는 기사 A씨는 “타다 플랫폼 소속 택시는 수도권을 넘나들며 운행하는데, 카카오T만 아직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수도권 제한 없이 운행할 수 있으면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개인택시 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실증이 시작될 경우 파급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기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만큼 타다 때와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다른 플랫폼까지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 수 있어 반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경기 지역 법인택시 업계와는 조건부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는 큰 반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기개인택시조합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실증 개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개인택시 기사들의 반대가 여전히 강해 실증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사업구역 통합 실증 특례에 따른 서비스 운영 준비는 마친 상태”라며 “관계 기관 및 업계와 지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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