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삼전닉스 없나” 속타는 당신, AI는 정말 거품일까?

"야, 회사에서 주식 얘기 좀 하지 마라. 요즘 삼성전자랑 하이닉스 주식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
최근 직장인들이 일하는 사무실이나 식당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넋두리입니다. 매일같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이 두 회사의 주식창을 보며, 뒤늦게라도 대열에 합류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과 아예 투자하지 않아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 증후군이 직장인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금융시장에서는 급기야 '삼전닉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줄임말), 이 두 종목의 하루 변동성을 2배씩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곱버스' 금융 상품들까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삼전닉스’ 폭등장의 뒤에는 전 세계 자본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거대한 배후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라 불리는 글로벌 초대형 IT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며 전 세계에 거대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컴퓨팅 성능을 공급하는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거인들을 뜻합니다.
인공지능 경제의 핵심 기간 시설이자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되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를 전 세계에 무서운 속도로 구축하고 있는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반도체 주가가 역대급 수치를 찍으며 치솟는 진짜 이유는, 이들 하이퍼스케일러가 지어 올리는 데이터 센터에 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가 문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막대하게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주식창을 바라보는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진짜 관전 포인트는 국내 시황이 아닙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거품론 속에서, 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 센터 인프라 투자가 과연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순항할 수 있느냐 하는 거시적인 판도입니다.

■ "돈 벌 수 있냐고?"…시장의 의심에 아마존이 꺼내 든 주주 서한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AWS(아마존 웹 서비스) 서밋 서울 2026' 현장. 불붙은 주식 시장의 장세를 반영하듯, 한 대형 강연장에는 참가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바로 빅테크 글로벌 기업의 AI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부터 IT 회사의 개발자,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까지, 이들이 무대 위의 발표자에게 던진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과연 글로법 기업 아마존은 지금의 AI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였습니다.
무대에 오른 발표자는 장내를 가득 채운 참가자들을 향해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아마존이 AI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을 먼저 드린다면, 저희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거대한 변화의 타이밍을 발견했다면 과감하게 온 힘을 다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앤디 재시(Andy Jassy)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의 문장을 강연장 화면에 띄웠습니다. 시장의 의구심을 단칼에 잘라버린 그의 말은 단순하고도 명쾌했습니다.
"AI가 거품인가? 에 대한 답변은 'No'이고, AI가 고수익을 줄 것인가? 에 대한 답변은 'Yes'이다."
아마존의 이러한 자신감은 말뿐이 아니었습니다. 강연장 화면에 띄워진 발표 자료는 아마존이 AI로 벌어들이는 진짜 '숫자'들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아마존 클라우드의 인공지능 관련 연간 매출은 이미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가뿐히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돌리기 위해 아마존은 올해에만 무려 2,000억 달러(약 300조 원)가 넘는 역대급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장 작년에 추가한 전력 설비 용량만 해도 대도시 전체를 돌릴 수 있는 수준인데, 내년 말까지 이 전력 용량을 지금의 두 배로 더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 "낙오는 곧 죽음"…트럼프와 빅테크가 한배를 탄 이유
시장의 의심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것은 아마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미국 정부 윤리국(OGE)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올해 1분기 주식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던 AI 방산업체 팔란티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아마존, 그리고 엔비디아 주식을 각각 최소 100만 달러(약 15억 원) 이상 규모로 대거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일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미국의 최고 권력자는 AI 빅테크 진영의 성장 가능성에 확고한 투자를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이 진영의 축을 이루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2026년 현재 거품론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현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4대 거인이 올해(2026년) 인공지능 인프라에 쓰겠다고 확정한 돈만 무려 7,250억 달러(약 1,015조 원)에 달합니다. 웬만한 선진국 한 해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돈이 오직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를 사들이는 데 투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구글은 전 세계인의 일상적인 검색창을 인공지능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는 전면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천문학적인 전기세와 서버 운영 비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구글 수뇌부의 계산은 다릅니다.
지금 거품론에 휘둘려 데이터 센터 투자를 멈췄다가는, 검색 시장의 주도권을 통째로 빼앗겨 미래 시장에서 영원히 낙오될 수 있다는 절박함입니다. 단기적인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인프라를 먼저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광고 매출을 방어하는 유일한 생존책이라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구글 클라우드를 쓰겠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서서 맺은 장기 공급 계약 잔고만 최근 4,600억 달러(약 640조 원)를 돌파하며, 시장의 의심이 무색할 만큼 실제 수요가 폭발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금융권의 경고에 명쾌한 자산 논리를 제시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경영진이 실적 발표 때마다 강조해 온 핵심은, 인공지능 인프라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과거 닷컴 버블 시절 허공으로 날아가던 일회성 광고비나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들이 투자하는 자금의 절반 이상은 당장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땅을 사고, 데이터 센터 건물을 올리고, 전력 시설을 확보하는 '물리적인 진짜 자산'을 구축하는 데 투입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자체 AI 사업 매출 역시 전년 대비 무려 123%라는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며 연간 370억 달러(약 5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설령 인공지능 수요가 시장의 예상보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더라도, 전력망과 건물이 완비된 이 단단한 인프라는 향후 수십 년간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언제든 전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담보 자산으로 남는다는 계산입니다. 단기적 투기가 아닌 장기적 자산 가치에 집중하는 이들의 영리한 셈법입니다.

■ 승자독식의 냉혹한 시장, '삼전닉스 불나방'이 안 되려면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거품론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진짜 속내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시장이 거품을 의심하며 머뭇거릴 때, 오히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진입장벽을 높여 미래의 판을 통째로 독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들의 막대한 투자는 인류의 번영이나 순수한 기술 발전을 위한 온정주의가 아닙니다. 철저한 무한 경쟁 속에서 'AI 생태계는 결국 단 한 곳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승자독식의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쟁자를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되겠다는 냉혹한 경영 판단의 일환인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냉정한 현실이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의 과감한 AI 투자가 우리의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탄탄한 실적과 주가의 우상향을 무조건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짓는 데이터 센터에 우리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 비율을 무섭게 늘리거나 반도체와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현재 흐름을 바꾸면 우리 기업들의 입지도 언제든 요동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화려한 랠리에 취하기보다, 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시장을 바라보는 차가운 이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빅테크들의 거침없는 AI 전략을 한 번쯤 깊이 있게 짚어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거품이냐 아니냐를 둔 소모적인 논쟁 너머에서, 미래 권력을 쥐기 위한 거인들의 움직임이 우리 경제의 내일을 뒤흔들 가장 강력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내 주식 통장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관련 주식이 없다고 해서 불안감에 휩쓸려 무작정 대열에 합류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주식창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진짜 지표는 외인들의 일시적인 매도세나 감정적인 거품론이 아닙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공언한 대로 인공지능을 통해 '실제 광고나 서비스 매출을 얼마나 더 찍어내는지', 그리고 그들이 짓는 데이터 센터의 국산 반도체 주문량이 '실제 장부에 숫자로 증명되는지'를 차가운 이성으로 검증하는 안목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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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windo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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