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두개에 지문까지…범죄 현장에 데려가선 안된다는 ‘OOO’

정성환 기자 2026. 5.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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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알고있다] (2) 코알라 앞발의 비밀
앞발가락 5개 중 엄지만 두개…나무 잡기 용이
인간과 닮은 지문, 수렴진화 대표 사례
해외에선 ‘완벽한 범죄자 코알라’ 밈 유행
하루 22시간 잠자며 에너지 절약
게티이미지뱅크

엄지손가락은 꼭 하나여야 할까. 무언가를 꽉 붙잡을 때 엄지가 하나 더 있으면 힘도 잘 받고 좋겠다는 생각을 실현한 동물이 있다. 바로 호주의 마스코트이자 귀여운 외모로 잘 알려진 코알라다. 

호주 유칼립투스 숲에서 살아가는 코알라는 앞발 한쪽에 엄지손가락(엄지발가락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이해를 돕고자 아래부터는 앞발을 손, 앞발가락을 손가락으로 표기)이 두개씩 달려 있다. 손가락이 사람처럼 다섯개인데 그중 엄지 역할을 하는 손가락이 둘이다. 두엄지가 가지 한쪽을, 나머지 세 손가락이 반대쪽을 동시에 감아쥔다. 덕분에 껍질이 매끄러운 유칼립투스 줄기에도 단단히 매달릴 수 있다.

코알라 손바닥 안쪽에는 거친 돌기가 촘촘히 나 있어 마찰력을 더욱 높인다. 코알라가 나무에서 미끄러질 때면 두 엄지가 나란히 긁힌 자국이 나무껍질에 남는데, 두줄 사이 간격이 약 2㎝라면 코알라가 다녀간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뒷발도 독특하다. 2·3번 발가락이 서로 붙어 하나처럼 형성된 이른바 ‘빗 발가락’ 구조를 갖추고 있어 털 고르기(그루밍) 도구로 활용한다. 

코알라 지문은 인간과 거의 같다
코알라 앞발바닥. 게티이미지뱅크
코알라 손에는 인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지문도 있다. 소용돌이 모양이나 고리 모양이 언뜻 봐선 사람과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코알라는 원숭이·유인원이 아닌 동물인 ‘비영장류’ 중 지문을 가진 유일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헤네베르크 교수는 이 사실을 처음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코알라 지문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경찰은 이런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표는 인터넷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어)’으로 번졌다. 코알라의 지문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창은 난리가 난다. “범죄를 저지를 계획이라면 코알라를 고용해라” “CSI 형사가 내 지문을 발견했을 때, 난 이미 나무 위에서 자는 중이지” “나와 동일한 지문을 가진 코알라 때문에 내가 살인범이 되면 어쩌지” 등 유머가 쏟아진다. ‘완벽한 범죄자 코알라’ 밈은 지금도 해외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코알라의 지문이 인간과 너무 유사해 범죄 현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밈(인터넷 유행어). 래딧(reddit) 캡처

지문도 다 쓸모가 있다. 코알라는 600종이 넘는 유칼립투스 중에서 먹을 수 있는 30~35종만 골라 먹는데, 손끝 감촉만으로 잎의 질감 차이를 구별해 50종 이상을 식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이 일종의 정밀 센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진화의 우연한 일치
인간과 코알라의 공통 조상은 약 7000만년 전에 갈라졌다. 공룡이 멸종하기도 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두 종의 지문이 이렇게 닮은 이유는 수렴진화 때문이다. 

수렴진화란 서로 관계없는 동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우연히 같은 특징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코알라와 인간 모두 손으로 물건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비슷한 손끝 구조가 만들어졌다. 코알라와 가까운 친척인 캥거루나 웜뱃에는 지문이 없다. 지문은 나무에 매달려 사는 코알라가 독자적으로 진화시킨 특징이다.

잘 발달한 손과는 반대로 코알라 뇌는 진화하면서 오히려 작아졌다. 에너지를 아끼려다보니 뇌까지 줄어든 것이다. 호주관광청에 따르면 코알라는 평균적으로 뇌 무게가 약 19g에 불과하다. 그래도 손끝 감촉을 처리하는 뇌 부위만큼은 발달해 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아쉽게도 이토록 다양한 특징과 귀여운 얼굴을 가진 코알라는 반려동물로 키울 수 없다. 호주 법으로 개인 사육이 금지돼 있을 뿐더러 매일 신선한 유칼립투스 잎을 구해다 줘야 한다. 완벽한 손을 가진 동물치고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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