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부장검사의 여조부 검사실] 검사가 가정법원에 가는 이유

가정법원에 소장을 내는 검사
'생후 4개월 아기 흔들고 떨어뜨려 학대치사 친부', '시끄러워서 두 살 아들 학대해 숨지게 한 부부', '3살 의붓딸 세탁기에 넣고 소주 먹인 학대 계부', '아들 울자 흉기 위협, 폭행한 아빠', '10대 아들 학대로 죽인 40대 친모' … 최근 한 달 동안 보도된 아동학대 사건 뉴스의 제목들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부모의 아동학대 사건 뉴스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무색하게 한다.
2024년 8월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4%가 부모라고 한다. 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안전한 사람이어야 할 텐데, 가장 잔인한 사람이 부모라는 역설을 보여주는 씁쓸한 통계이다.
2023년 1월. 4살짜리 자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내를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술에 취한 아내를 때려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은 아내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상해치사죄와 함께 자녀에 대한 정서적 아동학대죄가 인정되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더 이상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공소를 제기하면서 친권상실과 함께 후견인의 선임을 가정법원에 청구하였다.
흔히들 형사재판에서만 검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검사가 가정법원에 소장을 내는 때가 있다. 바로 위와 같은 사건에서의 친권상실, 후견인 선임 청구 등이 그것이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인 장치
가정 내에서 아동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에 형사처벌만으로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친권자인 부모가 모두 아동에 대한 가해자이거나, 일방이 가해자인데 나머지 친권자가 사실상 부재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보호해 줄 부모가 가해자이거나 없는 탓에 아동을 지켜주고 대변해 줄 사람이 없어 필연적으로 아동의 양육과 복리에 공백이 생긴다.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법에 검사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검사로 하여금 가정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친권상실 제도는 부모가 친권을 남용하여 아동의 복리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부모의 의사에 관계 없이 국가가 개입하여 친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아동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친권상실 청구권자에 검사를 포함시킨 것은 가족 내부의 문제를 사적 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아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검사를 통해 공적 개입을 허용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검사의 청구에 의한 친권상실 심판은 실무상 주로 가해자가 친권자인 친족성범죄 등 아동학대 사건에서 형사사건과 연계하여 이루어지는데, 중대한 몇 가지 경우에는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친권상실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아동이 친권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나 친권자가 아동을 학대하여 도저히 친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친권자가 아동학대를 하여 아동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나 중한 상해에 이르게 한 때,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할 때가 그러한 경우이다(청소년성보호법 제23조, 아동복지법 제18조, 아동학대특례법 제9조).
친권상실 심판에서 검사의 역할
친권상실 청구 사건은 가사비송 사건이다. 당사자 사이의 분쟁해결이 목적인 민사소송이나 가해자의 처벌이 주가 되는 형사소송과는 달리 아동의 복리와 보호가 목적인 소송이다. 검사는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친권상실 또는 대리권·재산관리권의 상실과 같은 친권 제한의 필요성을 다각도로 판단하여 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심리기일에 가정법원에 출석하여 청구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진술한다.
아동 성폭력 등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검사가 수집한 증거는 그대로 친권상실 청구 사건의 소명자료로 사용된다. 검사는 친권상실을 청구하면서 공소장, 피해아동과 친권자에 대한 진술조서나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 진단서나 응급의료일지 등 의료기록, 가정생활이나 아동의 양육 상태 등에 관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고서와 같은 증거자료를 가정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친권제한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하게 된다. 수사 실무에서는 아동학대 전담검사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검사는 학대 초기부터 개입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도 한다.
또한, 검사는 친권상실을 청구하는 당사자로서 피해아동을 위한 후견인의 지정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친권상실의 청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친족이나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친권이 상실된 이후에도 아동의 건전한 성장과 복리후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검찰에서 개최하는 '아동학대 사건관리회의 제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하여 각종 유관기관의 담당자들이 모여 피해아동에게 필요한 법률적, 경제적 지원을 논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제도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피해아동의 양육 상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여 친권상실의 필요성을 논의하기도 한다. 가정법원에도 가사조사관에 의한 조사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진행된 아동학대 사건관리회의를 통해 공유된 정보나 확보된 수사 자료를 통해 아동에게 가장 적절한 후견인이 누구인지를 특정하고, 이들을 지원할 적절한 감독인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아동의 보호막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검사의 개입은 이렇듯 형사절차에서 수집된 자료와 결과를 가사비송 절차로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친권상실 심판에서 별도의 조사 절차를 반복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아동을 위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가 채워야 하는 부모의 빈 자리
위 사건에서 만약 피고인의 친권이 상실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은 다른 친권자인 모친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임에도 자녀의 유일한 친권자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동이 범죄피해자의 유족으로서 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지원금이나 모친으로부터 상속받는 재산에 대하여 가해자가 이를 관리하게 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범죄행위로 아동의 모친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자체로 아동의 양육과 복리에 회복할 수 없는 공백을 야기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한 친권 행사를 기대할 수 없다.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따라 피고인의 친권을 상실시키면서 피해 아동을 돌보고 재산관리를 담당할 미성년 후견인을 선임하였으며, 나아가 그 후견인을 감독하기 위한 미성년후견 감독인도 선임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검사의 친권 제한 조치가 대부분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중대범죄가 발생한 후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형사사건이 되어 검사의 책상에 올라오기 이전에라도 친권자의 법률행위 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의 제한, 친권의 일시 정지나 상실, 후견인의 선임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검찰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법제도가 마련된다면 중대한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또는 형사사건 여부와 무관하게 신속한 친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 아동을 보호하는 그물이 좀 더 촘촘해지리라 믿는다.
프랑스의 경우 검사가 형사사건 여부와 무관하게 아동보호기관(ASE, L'Aide sociale à l'enfance)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하여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보고·통보(Signalement)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처럼 민법에 검사를 친권상실 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검사의 친권제한 조치가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이 함께 하지 않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엄마를 아기에게 보냈다고 한다. 부모마저 함께 할 수 없는 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국 국가의 몫일 것이다.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