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버는 거다" vs "가을야구 명운 걸린 시기"…亞게임 발탁→사령탑들 잔인한 '딜레마'[SC포커스]

고재완 2026. 5. 3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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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경기. 삼성 이재현이 타격을 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7/

[대구=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오는 9월 19일 개막하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표가 임박하면서 KBO리그 사령탑들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24명의 최종 명단은 다음 달 10일쯤 발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지난 2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약 50명의 후보 명단을 짰다. 이후 26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선수를 추렸다.

2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IA의 경기. 5회초 김선빈 적시타 때 득점에 성공한 KIA 김도영.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5.28/

이번 대표팀 역시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로 구성되고 만 29세 이하 선수들로 꾸려지는 와일드카드는 총 3명 뽑는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많이 알려졌든 금메달은 군면제로 이어진다. 출전 선수들은 사활을 걸고 뛸 수밖에 없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경기. 1회 마운드에 오른 두산 선발 최민석.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19/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중에도 KBO 정규시즌이 중단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된다.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할 9월에 핵심 주전 선수를 국가대표로 내줘야 하는 감독들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전력과 당장 성적 사이에서 마주한 사령탑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공수에서 맹활약 중인 유격수 이재현을 비롯해 젊은 미필 자원들이 많은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은 의외로 '쿨한' 모습을 보였다. 박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모니터링을 언급하며 "전 경기 다 모니터하고 있을 것이다. 6월 중순 발표 때까지 선수들이 좋은 페이스를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경기. 삼성 박진만 감독이 생각여 잠겨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7/

박 감독은 사령탑들의 숨겨진 딜레마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본인(선수)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주전이 빠져나가는 것이기도 하다"며 현실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이재현을 비롯해 가야 할 선수들은 빨리 대표팀에 다녀오는 게 맞다.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오면 선수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위원회에서 몇 명 이상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다 보낼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즌 중단이 없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세워둔 상태다. 박 감독은 "지금 우리 팀 백업층이 많이 탄탄해졌다. 앞서 부상 선수가 많았을 때도 백업 선수들이 잘 활약해 주면서 버텨냈다"라며 "주전들이 대표팀에 가더라도 남은 백업 선수들이 충분히 그 자리를 잘 메워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경기 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두산 김원형 감독.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5.24/

두산 베어스 김원형 감독 역시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이 가져올 '장기적 시너지'에 무게를 뒀다. 당장 팀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임에도 선수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만약 우리 팀 선수가 뽑힌다면 그것은 당연히 선수 개인에게 엄청나게 좋은 일"이라며 "젊은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돼 큰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본인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자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다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팀에도 엄청난 큰 힘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며 "대표팀에 가는 선수가 있다면 아낌없이 응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롯데 최준용이 역투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5.19/

대회 기간인 9월 레이스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9월은 모든 팀에게 정말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인정하면서도 "차포가 떨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감독은 또 거기에 맞게끔 플랜B를 짜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자리"라며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미필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사실상 '두 시즌'을 버는 군 면제 혜택이 걸린 인생 최대의 분수령이다. 장기적으로 구단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2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 2,3루 문현빈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5.23/

하지만 현장 사령탑들에게 가을 야구의 명운이 걸린 9월에 주전 라인업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뼈아픈 타격이다. "축하하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는 한 감독의 말처럼, 6월 중순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KBO리그는 또 한 번 백업 두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잔인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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