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암흑기’ 끝났다… EU, 헝가리에 동결자금 29조원 방출
회복기금·결속기금 등 164억유로 유입… 헝가리 경제 ‘심폐소생’
폰데어라이엔 “단기간에 많은 개혁 성취, 헝가리 국민 자격 있어”
16년 독재 무너뜨린 반부패 결실…머저르 “국가 재건에 전액 투입”

유럽연합(EU)이 친(親)유럽·개혁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선 헝가리에 대해 그동안 묶어두었던 164억유로(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전격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신임 총리와 회동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헝가리 새 정부가 짧은 시일 안에 많은 개혁을 성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수년째 동결 상태였던 헝가리 지원금의 방출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과거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 집권 시절 헝가리는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 EU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마다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에 EU는 헝가리의 법치주의 후퇴와 언론 탄압 등을 정조준하며 총 170억유로(약 29조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금을 동결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헝가리에 유입될 자금은 세부 항목별로 집행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코로나19 경제 회복 기금에서 100억유로, 회원국 간 불평등 완화를 위한 결속기금에서 42억유로가 우선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문 자유 분야의 추가 개혁이 마무리되는 대로 22억유로를 더해 총 164억유로가 지급될 예정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같은 액수는 상당한 금액”이라며 “헝가리 국민은 이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확보된 자금은 오르반 전 총리의 장기 집권 속에 지난 3년간 침체를 면치 못했던 헝가리 경제를 심폐 소생하는 결정적 마중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헝가리는 지난달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머저르 총리가 오르반 전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머저르 총리는 과거 오르반이 이끌던 우파 정당 ‘피데스’의 주역이었으나, 내부 부패를 폭로한 뒤 신당 ‘티서’를 창당했다. 그는 오르반 정부의 만연한 부패와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해 압승을 거둔 이후 가파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머저르 총리는 이번 EU의 동결 해제 조치가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되찾은 돈은 헝가리 재건과 경제 활성화, 공공서비스 복구, 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일 것”이라며 국가 대개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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