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앤스로픽에 투자… 반도체 공급자서 AI 핵심 파트너로
최대 실적 반도체 자금 다시 AI로
삼성, 클로드 AI칩 위탁생산 가능성
젠슨황 내주 방한, 구광모 등 만날듯

앤스로픽은 28일(현지 시간) 650억 달러(약 97조 원) 규모의 ‘시리즈 H’ 투자 유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시리즈 H는 ‘시리즈 A’부터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 단계 가운데 여덟 번째 라운드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투자 유치로 공개된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약 1440조 원)로, 올 2월 평가액 3800억 달러의 2.5배를 넘어섰다. 올해 3월 8520억 달러(약 1282조 원)로 평가된 라이벌 기업 오픈AI를 추월한 수치다.
●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 메모리 3사
메모리 3사의 앤스로픽 투자는 달라진 메모리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부품을 찍어내던 공급자가 고객인 AI 기업에 직접 자본을 대는 투자자로서 AI 공급망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데 이은 흐름이다. 앤스로픽은 메모리 3사를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표현했다.
반도체 업계는 앤스로픽의 발표문 속 ‘로직 칩’(연산용 반도체)이란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메모리·저장장치·로직 칩 공급에서 이들 기업의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며, 클로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런 협력이 컴퓨팅 역량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직 칩을 만드는 공정이 파운드리다. 메모리 3사 중 파운드리 사업을 가진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클로드용 AI 칩을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이미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AI5’ ‘AI6’를 수주했고, 엔비디아 추론용 칩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앤스로픽까지 고객으로 더해지면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이 반등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7%)이지만 1위 TSMC(72%)와의 격차가 65%포인트 수준이다.
● 밀착되는 AI 한미 동맹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플랫폼 기업이 자본과 공급망으로 얽히면서 양국 AI 생태계가 점차 밀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한국 기업 총수들의 회동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만 해도 올해 2월과 3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를 잇달아 만나며 협력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대만 일정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다음 달 1∼4일 대만 ‘GTC 타이베이 2026’ 일정에서 대만을 찾는 최 회장을 또 만날 예정이다. 황 CEO는 GTC 일정을 마치고 다음 달 5일 한국을 찾아 최 회장에 더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만나고,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 회장과 황 CEO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것으로,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 회장 등과 한자리에 모여 ‘치맥’을 했던 ‘깐부 회동’이 재현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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