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출구 찾나… ‘호르무즈 열고 60일 핵협상’ 잠정 합의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5. 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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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내용 두고 막판 기싸움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60일간의 휴전 연장과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개시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잠정 합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만 남아있다고 미 정부 당국자가 28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문안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잠정 합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양국의 입장 차이가 이전에 비해 크게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전 협상 상황에 대해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몇 가지 문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란)이 성실하게 협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행료 없이 해협 통항 정상화”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에 보도된 MOU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60일의 유예 기간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핵 협상에 돌입한다.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은 통행료 없이 허용되며, 이란은 30일 이내에 해협 내 기뢰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미군의 해상 역봉쇄 조치 역시 상업 해운 회복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해제된다. 초안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60일간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식과 추가 농축 중단 문제를 최우선 논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상응 조치로 미국은 최대 12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동결 자금을 카타르나 오만 등을 통해 인도적 목적으로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걸프국들을 동원해 3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펀드를 조성하는 우회 지원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백악관은 남은 이견들이 해소돼 오는 일요일(31일)에 합의가 발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재무부, 이란 추가 제재 발표 28일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불리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재무부는 이란 군부의 석유 판매 수익이 군사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며 관련 위장회사와 선박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막판 기싸움에 엇갈리는 양국

하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변수가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서명을 보류하고 이스라엘 등 동맹국과 초안을 공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사이, 이란은 합의 임박설을 부인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자국 소식통을 인용해 “서방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문안 확정을 중재자인 파키스탄에 통보한 바 없다”고 했다.

휴전을 연장하고 해당 기간 핵 문제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제재 완화 등 핵심 쟁점을 본격 협상한다는 큰 틀의 해결 방향에는 공감대가 이뤄진 듯하나, 세부 각론에서 막판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종전 협상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의 모하마드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은 29일 워싱턴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막판 이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지루한 ‘연장전의 늪’ 우려도

전문가들은 실제 MOU가 체결되더라도 정작 60일 이후의 전망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지루한 ‘연장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합의안이 당장 해협을 여는 데 치중한 나머지, 고농축 우라늄 폐기나 지하 핵 시설 처리 등 까다로운 핵심 의제를 모두 향후 60일 협상으로 미뤄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특히 1단계 합의로 미국의 해상 봉쇄가 풀리면 이란의 경제적 숨통은 트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지렛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2월 28일 발발한 전쟁이 석 달을 넘기며 이미 휴전 기간이 실제 교전 기간을 추월한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군사 행동에 돌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오판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상이 2년을 끌었던 전례처럼, 이란이 이번 60일 시한 역시 무기한 연장하며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모두 완전한 승리나 즉각적인 핵 폐기보다는 전쟁의 출구만 확보하는 선에서 지루한 대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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