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물뽕’ 인터넷서 버젓이 판매… 美로 수출까지
유튜브·블로그 통해 누구나 제조
쇼핑몰로 위장한 앱서 사고팔아

“우리 업체는 국내산 GHB(물뽕)만 취급합니다. 저희가 직접 만들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난 20일 기자가 텔레그램으로 마약 판매업자에게 접촉해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류를 구할 수 있는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물뽕은 어지러움과 졸음을 유발하고, 과다 복용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이다. 특히 물뽕은 성범죄에 악용된 적이 많았다. 술이나 음료에 몰래 타 상대방의 정신을 잃게 한 뒤 범죄를 저지르는 식이다. 물뽕은 매매는 물론 소지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물뽕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물뽕 등 마약류를 불법 판매하거나 광고해 적발된 건수는 2023년 1만1239건에서 2024년 4만9786건, 2025년 5만1493건으로 2년 새 4.6배 늘었다. 식약처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텔레그램과 협조해 마약류 불법 판매 계정 192건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물뽕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국내에서 물뽕 원료를 구하기 쉽고 제조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물뽕 원료인 ‘감마부티로락톤(GBL)’은 매니큐어 리무버 원료로 쓰이고, 항바이러스제나 항염증제 등 다양한 치료제를 만들때도 활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GBL은 각종 산업에서 합성원료, 용매 등으로 쓰이고 있어 산업용 사용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빼돌려진 GBL이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한 미용 용품 수출업체 운영자는 ‘속눈썹 리무버 원료 수출’을 명목으로 GBL 8톤을 해외에 밀수출하다가 한국 경찰과 인터폴의 공조 작전으로 붙잡혔다. GBL 8톤은 약 800만명이 투약할 물뽕을 만들 수 있는 용량으로, 미국 전역에 유통됐다고 한다. 미국은 데이트강간약물금지법에 따라 물뽕과 GBL 유통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GBL을 이용해 물뽕을 만드는 방법도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블로그는 ‘탄산수소나트륨을 녹인 물을 끓이면서 GBL을 조금씩 첨가한다’, ‘용액 온도가 150도를 넘지 않도록 한 뒤 증류수로 씻어내 이물질을 걸러낸다’ 등 구체적인 제조 방식을 설명하고 있었다.
판매는 일반 쇼핑몰로 위장한 앱 등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1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와 있던 한 성인용품 쇼핑몰 앱은 겉으로는 성인용품 판매 플랫폼처럼 보였다. 그러나 앱 내부 ‘신상품’ 카테고리에선 GHB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 담당자는 “혼수상태, 최음, 기억상실 증상이 발현된다”는 식으로 성범죄 악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구글플레이 측은 지난 14일 해당 앱을 삭제 조치했다.
수사 당국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GHB는 성범죄 등 타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약물”이라며 “단속을 강화하고 유통 과정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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