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블루 타이드 돌풍 이어질까, 핑크 타이드 반격할까

박강현 기자 2026. 5. 3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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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콜롬비아 대선… 1주일 뒤엔 페루 대선 결선투표
오는 31일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와 다음 달 7일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둔 가운데 두 나라의 유력 후보들. (왼쪽부터) 콜롬비아 이반 세페다 상원의원과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쟈 변호사, 페루의 케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 로베르토 산체스 다함께페루당 후보. /AFP·AP 연합뉴스

중남미 블루 타이드(우파 연쇄 집권)의 기세가 이어질지, 핑크 타이드(좌파 연쇄 집권)가 반격할지를 가늠할 선거가 일주일 간격으로 치러진다. 31일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와 다음 달 7일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다. 인구·면적·경제 규모 면에서 중남미 내 위상이 상당한 두 나라의 선거 결과에 따라 블루 타이드를 넘어선 막강한 친미(親美) 블록이 형성될 수도 있고, 반대로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묶어두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좌파 연장과 우파 귀환의 갈림길에 선 콜롬비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구스타보 페트로 현 대통령이 이끌어온 반미(反美)·좌파 성향 정권의 재창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핵심 우방으로 중남미에서 드물게 우파가 줄곧 집권해 오다가 2022년 대선에서 좌익 게릴라 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페트로가 당선됐다. 같은 해 브라질 대선에서도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의 승리로 핑크 타이드는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 2기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와 밀착 행보를 보인 우파 정치인들의 대선 승리로 블루 타이드가 기세를 올리는 상황에서 콜롬비아 대선이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현 정권 계승을 내세운 집권 좌파 여당 연합 이반 세페다(64) 상원의원과 변호사 출신의 강경 우파 성향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쟈(48)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세페다가 여유 있게 앞서갔지만, 선거를 앞두고 격차가 빠르게 줄어 마지막 여론조사는 세페다(38.7%)와 데 라 에스프리에쟈(37.3%)가 초접전이었다.

두 사람에 이어 우파 팔로마 발렌시아(48) 상원의원이 3위(14.3%)였다. 아무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다음 달 결선 투표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상 양자 대결에선 데 라 에스프리에쟈가 50%를 얻어 세페다(41.3%)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거의 최대 현안은 치안이다.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초국가적 마약·폭력 조직과 무장 반군의 활동으로 치안 불안을 겪었다. 세페다는 무장 반군과의 협상을 통한 ‘총체적 평화’ 정책과 복지 확대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데 라 에스프리에쟈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범죄 조직과 반군에 대한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 작전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우파 성향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쟈 대선 후보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계 부녀 대통령 탄생 가늠할 페루 결선 투표

다음 달 7일에는 차기 페루 대통령을 확정할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우파 케이코 후지모리(51) 민중권력당 후보와 좌파 로베르토 산체스(57) 다함께페루당 후보가 맞붙는다.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1990~2000년 집권)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케이코가 4수(修)에 성공해 중남미 국가에서 일본계 부녀(父女)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를 쓸지가 관전 포인트다.

케이코에게는 아버지 시대가 양날의 칼로 작용해왔다. 고속 성장과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를 가진 보수적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우파 진영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권 탄압과 독재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지 못하고 2011년·2016년·2021년 대선 결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최신 여론조사(16~17일 입소스)에선 케이코(39%)가 산체스(35%)를 근소하게 앞섰으나 26%에 달하는 부동층이 변수다. 케이코는 미국과의 협력 심화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치안 안정 및 법질서 확립 등의 공약으로 표심 얻기에 나섰다. 산체스는 원주민 등 소수자 권익을 강화한 새로운 헌법 제정과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측근 부패와 실정 등으로 탄핵돼 수감 중인 좌파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공약했다.

차기 브라질 대선 유력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왼쪽) 상원의원과 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AFP 연합뉴스

◇브라질 선거와 베네수엘라 정국도 관심

콜롬비아·페루 대선 결과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파가 승리할 경우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파라과이·에콰도르·베네수엘라 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친미·우파 블록이 형성된다. 미국 중심의 서반구(미주 대륙) 안보 질서 재편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주의 방패’ 전략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좌파가 선전할 경우 주춤했던 핑크 타이드 흐름이 부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두 나라 선거 결과는 10월 치르는 중남미 맹주 브라질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브라질 대선은 불구대천 원수지간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현 대통령과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71) 전 대통령 진영의 맞대결 구도다. 국가전복 기도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보우소나루 대신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상원의원이 4선(選)에 도전하는 룰라와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 22일 여론조사 기관 데이터포냐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룰라(47%)가 플라비우(43%)를 앞섰지만, 콜롬비아·페루 선거 결과 및 트럼프의 지원 사격 등의 변수가 남아있다.

콜롬비아 대선 후보인 팔로마 발렌시아(오른쪽) 상원의원과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AFP 연합뉴스

중남미 반미·좌파 세력의 거점이었다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축출되고 블루 타이드에 사실상 ‘강제 편입’된 베네수엘라 대선 진행 여부도 관심사다. 연내 선거 실시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우파의 구심점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9)는 지난주 파나마를 방문했을 때 “올해 안에 귀국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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