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 종이카드 1장에 250억원… 30년 만에 금값 된 포켓몬 카드
日선 진품 여부 감정한 뒤 매입
웃돈 붙여 되파는 매장도 등장


지난 28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번화가 아키하바라의 한 매장이 어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의 손에는 세계적으로 성공하며 만화·애니메이션 등으로도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카드가 들려 있었다. 고객들은 어린 시절 포켓몬과의 추억을 간직한 ‘키덜트족’이 아니었다. 이 가게는 개인이 소유한 카드를 자체 감정해 매입한 뒤, 웃돈을 얹어 다른 손님에게 되파는 곳. 손님들은 자신이 들고 온 카드를 팔아 현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었다.
올해 포켓몬 출시 30주년을 맞아 관련 상품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일부 희귀 아이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한몫 잡아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매장 유리 진열대에는 전시된 카드의 가격이 한 장에 118만엔(약 1110만원)이었다.

본래 포켓몬 카드의 목적은 투자와 거리가 멀었다. 비디오 게임기가 없는 어린이들이 오프라인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실물 카드였다. 공식 판매처에선 무작위로 5장이 들어 있는 한 팩을 200엔(약 1900원) 안팎의 저렴한 값에 판매한다. 하지만 포켓몬이 거대한 문화 콘텐츠가 되면서 변화가 왔다. 유명 미술가와 협업하거나 인기 캐릭터가 화려하게 장식된 한정판 고가의 카드가 쏟아졌다. 이들을 수집하려는 마니아들의 수요가 치솟자 중고 시장에 유입되는 카드 물량도 급증하고 거래 가격도 덩달아 널뛰었다.
일본완구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캐릭터 카드 교환 시장 규모는 3000억엔(약 2조8300억원)을 돌파했으며, 그중 상당수 지분을 포켓몬 카드가 차지한다. 중고 거래에 앞서 진품 여부나 손상 상태를 전문적으로 살피는 감정 업체들도 등장했다. 부업으로 포켓몬 카드 투자를 한다는 일본인 남성(35)은 “싼값에 희귀 카드를 구하면 10배 이상 불린 가격에도 되팔 수 있다”며 “한 달에 많게는 200만엔(약 1900만원)까지 번다”고 했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포켓몬 제조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포켓몬 컴퍼니’는 지난 21일 오는 8월부터 공식 상품 추첨 판매에 신분증을 활용한 본인 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현장 판매 시 게임에 관한 퀴즈를 풀어야만 구매를 허용하는 등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짜내고 있다.
포켓몬 카드 시장에 비정상적으로 돈이 몰리자 관련 범죄도 유입되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아키하바라에서 3400만엔(약 3억2100만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쳐 달아난 20대 남성 2명이 반년 간의 추적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훔친 카드 일부는 중고 시장에 팔아 500만엔(약 47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30주년을 맞은 포켓몬 카드를 둘러싼 이상 열기는 세계 곳곳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는 주인공 ‘피카츄’가 그려진 카드가 무려 1649만2000달러(약 250억원)에 낙찰됐다. 1998년 일본 일러스트 대회 입상자 약 40명에게만 배포되었던 카드로, 모든 트레이딩 카드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초 서울 성수에서 열린 포켓몬 30주년 행사는 희귀 카드를 증정한다는 소식에 4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안전상 이유로 행사가 조기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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