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데자뷔? 지금 K증시, 근본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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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국내 증시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오래 몸담아온 소위 ‘한국 주식 유경험자’나 상당수 전문가는 여전히 한국 증시의 상승을 ‘경기 순환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그 지속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데 이번 상승장은 우리가 기존에 겪은 한국 증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코스피를 살펴보면 1999년 닷컴 버블이 증시를 끌어올렸던 시절 연간 기준으로 지수가 83%의 상승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은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바닥에 내려갔던 주가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시기였고, 인터넷의 본격적인 활용이 미국과 전 세계 증시에 버블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다음 해인 2000년 한국 증시는 51% 폭락했다. 그 이유는 기업이익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9년의 버블과 비교하며 현재의 증시 랠리도 혹시 거품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코스피가 2025년 76%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5월 중순까지 연초 대비 80%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순익 예상 규모는 2026년 655조원, 2027년 808조원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2025년의 순익 규모가 222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2년 사이에 3~4배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실적 전망은 코스피 지수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두 대형 반도체 기업의 이익 개선세가 가파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연초 이후 꾸준히 상향 조정되면서 각각 2219억 달러(약 330조원)와 1611억 달러(약 240조원)에 이른다. 현재 전망치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능가하는 기업은 미국 엔비디아밖에 없고,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의 영업이익 전망을 넘어서고 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최근 상승을 고려해도 여전히 1조 달러 내외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약 3~5조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즉, 한국 증시는 높아진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낮다. 국가별 증시의 ROE 수준을 보면 한국은 25%를 넘어서고 있지만, PBR이 가장 높은 미국과 대만은 한국보다 낮은 20~25% 구간에 있다. 두 나라 증시의 PBR이 4~5배 수준인 데 비해 한국 증시의 PBR은 2배 내외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시장이 여전히 가장 의심하는 부분은 메모리 반도체 특유의 높은 경기 민감도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과거처럼 경기 사이클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반복하면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 힘들다는 의구심이다. 실제 과거 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은 다른 비(非)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기업보다 경기 순환적 변동성이 극심했다.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인 대만의 TSMC는 2016년 이후 10여 년간 큰 변동 없이 매년 40~5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주력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0%에서 -70%까지 움직일 정도로 높은 변동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 차이가 결국 메모리 업체의 디스카운트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점은 최근 AI 산업의 확산이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생산 시설 확대와 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메모리 칩의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공급 부족에 대응해 과거와 달리 3~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있다. 이처럼 계약을 통해 보장된 수요는 향후 여러 해 동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수요 사이클 하강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반도체 생산 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차세대 제품 개발과 생산의 고도화로 기존 메모리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해보면, 한국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양사가 지속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 수준을 유지하고 경기순환적 변동성에 강한 내성을 보여준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빅테크처럼 PER 중심의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PER은 미래 이익 기준 7~8배 수준의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펀더멘털에 기반한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결국 지금의 코스피 지수 상승은 단순히 버블이 아닌 글로벌 AI 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기반으로 하며, 이러한 변화 속 대체 불가능한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포트폴리오 내 한국에 대한 적정 비중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등에 따른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할 수 있다.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예기치 못한 악재에 급락할 가능성도 고려해 여유자금을 가지고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즉, 글로벌 자산 배분의 일부 요소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 내에서 한국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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