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짜고, 자극적이고, 꼬들꼬들하게… 배달이 바꾼 음식의 맛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6. 5. 3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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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한국인 집밥 된 배달 음식
조리법·미식 기준 바꿔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2024.11.15 ⓒ 뉴스1 임세영 기자

질병관리청이 올해 초 ‘우리나라 성인의 식생활 현황’을 발표했다. 2016~2023년 국민건강영양 자료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한 차례 이상 배달·포장 음식을 먹는 성인 비율은 24.3%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한국 외식 시장의 배달 비율이 늘어나면서 2029년에는 매장 취식과 같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 이상을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시대. 편의성을 앞세운 배달 문화의 확산은 단순히 먹는 방식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음식의 조리 과정과 미식의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서울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달 음식의 숙적, 시간·수분·온도

배달이 음식의 맛이나 먹는 법을 바꿔놓은 경우는 예전부터 있었다. 탕수육 ‘부먹(소스 부어 먹기)과 찍먹(소스 찍어 먹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탕수육은 원래 찍먹이란 게 없었다. 중식계 원로 왕육성 ‘진진’ 대표는 “배달 도중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말라고 소스를 따로 내던 데서 찍먹이 비롯됐다”고 했다.

배달 음식이 매장에서 먹을 때보다 맛이 떨어지는 경우 결정적인 원인은 시간이다. 요리하자마자 바로 내주는 매장과 달리, 배달은 평균 30~50분이 소요된다. 주말 저녁이나 눈·비 등 악천후에는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달 시간에 비례해 음식은 수분을 흡수한다. 특히 면류가 그렇다. 수분은 국수 표면에서 중심으로 서서히 들어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면 전체에 스며들어 불면서 푸석푸석하고 쉽게 끊어지는 상태가 된다.

국내에서 배달에 가장 먼저 뛰어든 중식업계에서는 짜장면·짬뽕 등의 면이 붇는 걸 최대한 늦추기 위해 알칼리성 첨가제를 사용했다. 알칼리 성분은 면발이 붇지 않고 쫄깃하게 만든다. 밀가루에 든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알칼리 성분을 만나면 노랗게 변한다. 짜장면·짬뽕 면발이 노란빛을 띠게 된 이유다. 왕 대표는 “배달이 활성화된 1980년대 이전에는 짜장면과 짬뽕 면발이 노랗지 않고 하얬다”고 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은 배달될 파스타 면이 덜 퍼지도록 하기 위해 덜 삶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인 A씨는 “파스타 면을 10분 삶으라고 돼 있으면 매장 손님에게는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지만, 배달용은 8~9분 삶는다”고 했다. 배달 도중에 잔열로 면이 마저 익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도착했을 때 덜 익은 편이 너무 익어 퍼졌을 때보다 불만이 훨씬 덜하다”고 했다.

◇짜지 않지만 짜게 조리하는 비법

배달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는 온도다. 미국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요리사와 국내 식품기업 연구팀 연구원으로 일했던 권혁만 식품기술사는 “음식 온도가 10도 식을 때마다 향은 2배씩 약해진다”며 “요리하자마자 바로 먹지 못하는 배달 음식은 향이 더 강하게 조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 간이 세지는 이유다.

A씨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배달할 경우 매장에서 바로 낼 때보다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더 많이 넣는다”며 “그렇게 해야 집에서도 매장에서 먹을 때와 비슷한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요리 잡지 ‘수퍼레시피’에서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펴낸 요리책(진짜 기본 요리책)과 배달의민족에서 배달 식당을 대상으로 펴낸 요리책(배달도 되는 레시피)에 나온 부대찌개 레시피를 비교해봤다. 배민의 부대찌개 양념(된장 1큰술·고춧가루 3큰술·다진 마늘 2큰술·국간장 1큰술·진간장 1큰술·설탕 1/3큰술·소고기 다시다 1/5큰술·고추장 1/2큰술·라면 수프 1/2큰술·후춧가루 1/6큰술)이 수퍼레시피 부대찌개 양념(다진 청양고추 1개·고춧가루 2큰술·다진 파 1큰술·다진 마늘 1큰술·고추장 1큰술·설탕 1작은술·국간장 2작은술·김칫국물 1/4컵)보다 짜고 자극적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짜고 자극적인 양념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탕·국 등 국물 음식 전문 식당이 ‘치트키(만능 해결사)’로 사용하는 식재료는 물엿. 권 식품기술사는 “국물 요리에 물엿을 1~1.5% 정도 첨가하면 식은 후에도 짠맛은 잡히면서 감칠맛이 난다”며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국물 요리에 물엿을 배합하는 추세”라고 했다.

박정배 음식 작가는 “냉면·칼국수 등 일부 면 요리점에서는 국물은 너무 짜지 않게 양념을 조절하는 대신, 면에 소금을 넣고 반죽해 음식의 전체적인 염도를 높이는 비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을 더 기름지게 만들어도 덜 짜게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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