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건드린 건...” 美 교수의 직설
샘 리처드 “한국은 사과에 민감한 사회”
스타벅스 논란, 소비자 분노선 건드려
“시간이 답일까”…끝나지 않는 불매 논쟁
[지데일리] “한국 전체를 건드렸다.” 미국 사회학자 샘 리처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벅스와 스타벅스코리아 논란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샘 리처드 교수는 영상에서 한국 사회의 ‘사과 문화’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 뉴스를 꾸준히 지켜보며 유명인과 기업, 공인들이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공개 사과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사과란 깨진 질서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개인 간 연결성이 강한 공동체 중심 사회다. 한 사람의 행동이 주변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 사회적 규범을 훼손하면 많은 이들이 그 문제를 공동체 전체의 위협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서로의 삶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며 “신뢰가 깨질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삶 역시 위협받는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바라봤다. 리처드 교수는 “이번에는 특정 소비자 집단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상처를 입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두 명의 CEO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차원의 해명이나 고위 임원의 유감 표명만으로는 공동체가 느낀 감정의 균열을 메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사과의 다섯 요소’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후회와 유감의 표현, 두 번째는 책임 인정이다. 이어 피해 회복 방안 제시, 진정성 있는 변화 의지, 마지막으로 용서를 요청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다섯 요소가 충족되더라도 대중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도대체 어떤 신경을 건드렸기에 사람들이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리처드 교수는 그 배경에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국가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는 공동체 정신 위에서 성장해왔다”며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해야 할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그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강한 반발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 소비자 문화와 시민 의식의 특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국내에서는 기업의 광고 문구 하나, 브랜드 캠페인 하나가 거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논란이 제품 품질이나 서비스 불만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와 역사 인식, 공동체 감수성까지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한국 시장에서 문화적 맥락을 얼마나 세심하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영상 말미에서 리처드 교수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충분히 사과했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영원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며 서로 다른 시각의 존재를 강조했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가 옅어질지, 아니면 오래 남을 집단 기억으로 자리 잡을지 자신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위기 대응은 이제 홍보 전략 차원만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태도와 철학, 사회적 감수성까지 함께 바라본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만이 아니라 공동체 정서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깊은 접근이 요구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