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사고 1년, '멈춰버린 시간'
[앵커]
바로 1년 전 오늘(2025년 5월 29일), 포항에서 해군 초계기가 추락해 장병 4명이 순직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왜 났는지 지금껏 속시원히 밝혀진 건 없고 유족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고기 부조종사 고 이태훈 소령 유족의 지난 1년을 박철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현장음 “자장자장, 우리 태훈이, 잘도 잔다...”]
교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노후를 꿈꿨던 이현옥 씨 부부,
포항 해군 P-3CK 초계기 추락 사고 이후 이들의 삶은 무너졌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 그래도 받아들이려 했지만 장례식 후 찾은 사고 현장은 뜻밖이었습니다.
휴대전화도 못 찾아 죄송하다는 해군 측 말과 달리, 타다 만 전화기가 나무에 걸쳐 있었고, 계급장과 시계에다 유해도 일부 드러났던 겁니다.
결국 장례식을 한번 더 치렀습니다.
[이현옥 / 고 이태훈 소령 아버지 “유품은 물론이고 뼈라든가 살점 비슷한 것도 굉장히 많이 찾아냈습니다. 군에서 사고 난 군인들의 시신을 유가족이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게...” ]
혹시 조사에 도움이 될까 매주 현장에서 찾은 기체 잔해를 한 데 모아두곤 했지만 사고 다섯 달 뒤 나온 당국의 발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60년 된 노후 항공기의 기체 결함 가능성이 진작부터 거론됐지만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 ‘비행기록장치가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원인을 모르면 또 다른 희생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인근 야산에서 사고기 핵심 부품으로 보이는 물체도 발견했습니다.
이리저리 자료를 찾고 자문해 보니 '윙 플랩 토크 튜브 엔드' 즉 이륙할 때 주날개 양력을 키우는 플랩 계열 부품으로 보인다는 답을 들었고, 한쪽 날개의 이 부품에 문제가 생겼다면 선회하다 추락할 수 있다는 개연성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기체 분석 결과 양 날개 플랩이 같은 각도로 정상 위치에 있었다며 추가 조사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김양진 / 고 이태훈 소령 어머니 ”혹시나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일단 가족들이 그렇게 노력해서 찾았으니까 그리고 가족들이 해군을 못 믿는다 하면 외부 기관도 (같이) 해서 그냥 한번 조사해 보자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거기에 대해서 전혀 안 하신다는 게...“]
아들의 모교엔 ‘이태훈 소령 장학금’이 생겼습니다.
모교를 사랑했던 아들의 뜻을 기려 해마다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하고 첫해 지급분 1천5백만 원을 최근 학교에 전달했습니다.
[한수용 / 경산고 교감 "(고인이 생전) 모교를 기억했던 마음이 크다 보니 후배들이 고 이태훈 소령이라는 선배가 있었다는 걸 계속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29일) 포항 해군항공사령부에서 1주기 추모식이 열려 순직한 4명에게 훈장이 추서됐지만 끝내 가지 않았습니다.
[김양진 / 고 이태훈 소령 어머니 ”(남편 얘기가) 추모라고 하는 거는 기억하는 거지 않느냐, 그럼 기억한다는 건 그들의 죽음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진정한 추모가 아니겠나...“]
지난 1년간 이들이 기다린 건 국가의 진심어린 위로였습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