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서소문 세 글자로 유권자 호구 만드는 방법

김현우 기자 2026. 5.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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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서소문 철거 참사의 정치화
원인 규명보다 선거 프레임
분노 대신 현장 책임 직시
사고 수리하는 정치가 필요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망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펜듈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사고의 본질은 발주·감리·하도급 등 현장 안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에 있다. 유권자는 선거 프레임에 휩쓸려 본질을 놓치지 말고, 사고를 막지 못한 지휘 체계의 구조적 결함과 실질적 책임 소재를 냉철하게 추적해 진짜 정치를 솎아내야 한다. /연합뉴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3명이 숨지는 참담한 사고가 났다. 공법이 적절했나? 무거운 상판(슬라브)을 뜯어낼 때 하중 분산 계산은 제대로 했나? 하청에 재하청을 주며 안전 비용을 후려치진 않았나? 발주처의 안전관리계획 검토는 꼼꼼했나? 

원인 규명을 뒤로 하고 사고 직후 우리 사회가 접속한 현실선은 선거판이다. 트랜서핑 관점에서 보면 전형적인 '펜듈럼(Pendulum·사념체)'의 먹잇감이 된 상태다. 

☞트랜서핑과 펜듈럼=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한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핵심 개념이다. 펜듈럼은 사람들의 파괴적인 사념이 모여 만들어진 구조체다. 갈등과 분노를 조장해 사람들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첫 번째 날아든 펜듈럼은 분노다. "누가 죽였나", "선거용으로 덮으려 한다"는 식의 거대 담론이 현장의 작업계획서를 집어삼킨다. 분노는 진상 규명에 필요한 동력이지만, 이 에너지가 사실 확인보다 먼저 정치 진영으로 빨려 들어가면 유권자는 호구가 되기 쉽다. 발주·감리·공법을 따져야 할 유권자의 시선이, 이미 자신이 정해둔 '정치적 호불호'에 맞춰 사건을 입맛대로 소비하는 쪽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펜듈럼은 '신속 정상화'라는 행정의 조바심이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사고 이틀 만에 철거 재개를 조건부(야간작업 안전, 작업 순서 준수 등)로 승인했다. 경의중앙선과 서소문로 통제를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여기서 시민들은 "빨리 치워서 출근길 좀 뚫어달라"는 마음과 "사람이 셋이나 죽었는데 너무 빨리 덮는 것 아니냐"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교통 정상화'와 '책임 규명'은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객관식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밥에 파리가 나왔다고 치자. 파리를 건져내고 영업을 재개하는 것과, 주방 위생을 샅샅이 감사하는 건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둘을 억지로 충돌시키면 판단력만 흐려진다.

세 번째 펜듈럼은 '압수수색의 정치화'다. 경찰 33명과 노동청 근로감독관 20명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 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보니, 경찰의 압수물 상자를 두고 여의도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쪽은 "책임 있는 수사"라며 박수를 치고, 방어하는 쪽은 "선거 앞둔 꼬리 자르기식 과잉 수사"라며 눈을 흘긴다.

글쎄, 지금 경찰이 들고나온 압수물 상자 안에 선거 전략이 들어있을까. 그 안엔 작업계획서, 감리보고서, 하도급 계약서, 현장 지시 기록 같은 퀴퀴한 실무 서류들이 들어있어야 마땅하다. 현재 공개된 사실만 놓고 보면 수사의 목적은 안전 규정 준수 여부 파악이다. 이 수사 절차 자체를 곧바로 선거 공작으로 단정해버리면, 정작 수사기관이 진짜 현장 책임자를 제대로 쫓고 있는지 감시할 유권자의 눈이 멀어버린다.

트랜서핑의 핵심 기술은 '중요성 낮추기'다. 여기서 한껏 낮춰야 할 것은 사안을 덮고 있는 '감정과 정치의 과잉 중요성'이다. 분노라는 감정에 완전히 끌려가면, 펜듈럼은 구조적 원인을 수술하는 대신 광장에 매달 '정치적 희생양'부터 찾으려 든다. 그러면 진짜 썩어빠진 현장 지휘 체계는 슬그머니 책임을 면하고, 광장엔 헛헛한 선거 구호만 남는다.

냉면 가게에서 시킨 냉면 육수에 빠진 파리는 이념이나 당적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방충망이 뚫려있었을 뿐이다. 이번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유권자가 가장 날카롭게 벼려야 할 질문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막을 권한과 도장이 누구 책상 위에 있었는가"다. 수사 전 단계에서 시장 개인의 책임이나 특정 정당의 프레임으로 사안을 재단하면 현실 판단이 깨진다. 유권자가 스스로 자신의 시력을 펜듈럼에 헌납하는 꼴이다.

물론 사고는 선거 이슈가 될 수 있고, 되어야 마땅하다. 도시 인프라 철거 안전과 발주기관의 관리 책임은 지방정부의 뼈대 같은 평가 항목이다. 하지만 선거 이슈가 되는 것과, 선거 프레임에 통째로 삼켜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참담한 인명 피해 앞에서 현장의 찢어진 안전계획서와 하도급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사고를 이용하는 낡은 정치와, 사고를 수리하는 진짜 정치를 솎아낼 수 있다. 육수 속 파리를 빼내는 유일한 방법은 삿대질을 멈추고 뜰채를 가져오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