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손절'하면 해방될까 [이지은의 신간]
갈등을 ‘손절’로 맺는 사람들
이런 단절 늘어난 이유 뭘까
관계서 손익 따지는 기전 파헤쳐
!['손절'이 만연해진 사회를 우린 어떻게 바라봐야할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thescoop1/20260529194043947vgav.jpg)
관계 유지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될 때, 나를 소모하는 관계라 느낄 때, 타인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여겨질 때, 사람들은 '손절'이란 단어를 내세워 '관계 정리'에 나선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대는 정신 건강을 해치는 존재이며, 심리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관계는 과감히 끊는 게 지혜로운 행동이라는 식이다.
「손절사회」는 손익계산을 하듯 인간관계를 감정의 득실을 따져가며 단절하는 현상을 파헤친다.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에 담긴 각자도생의 구조를 해부하고,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가 돼 가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본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상처받을지 모른단 생각에 관계를 회피하려 한다. 저자는 관계에서 '내 정신 건강에 대한 방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경향을 두고, "현대 사회가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함께 점점 더 관계 맺기를 위한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정규직·파견직·프리랜서·긱노동(초단기 노동)을 비롯한 노동의 유연화 속에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일상의 모든 측면을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상담사가 치료요법을 시행하듯,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개념을 사용해 내면을 성찰함으로써 정신적 건강을 달성하는 게 중요한 문화적 과제가 됐다"며, 사회학자들이 '치료요법 문화(therapy culture)'라고 부르는 이 문화는 냉혹한 경쟁 논리와 반대되는 진보적 가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모든 결과는 네 책임'이라는 각자도생 사회의 메시지와 짝을 이룬다고 꼬집는다.
이것이 '타인의 고통을 듣는 행위는 나를 해치는 행위이자 불필요한 감정적 투자'라는 인식으로 연결되지만, 이런 고통을 유해한 것으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경청하는 건 괴롭지만 그 괴로움 때문에 우리는 연대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혼자만의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 낯선 타인이 있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고 강조한다.
![[책 | 어크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thescoop1/20260529194045221ktfc.jpg)
타인을 나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잠재적 대상으로 보는 흐름이 어떻게 사주팔자의 유행이나 AI에 대한 과도한 의지로 이어지는지도 이야기한다. "사주와 타로 같은 주술적 세계관의 유행과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반추해볼 기회도 없이 '객관적 해답'을 얻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손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를 사회문화적으로 탐구한다. 저자는 "치료요법 문화에서 권유하는 '손절'이 결코 해방과 치유의 언어가 될 순 없다"며, 치유는 사회적 맥락을 성찰하는 자세와 낯선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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