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사지 마세요’…파타고니아의 성공 방정식[북스&]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
착한 기업의 대명사였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런 광고를 냈다. 더 많이 팔아야 하는 기업이 소비를 멈추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역설적인 문장은 파타고니아의 정체성을 압축한다.
신간 ‘더트백 억만장자’는 자본주의와는 먼 성향의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어떻게 기업을 세우고, 억만장자가 됐으며, 끝내 그 부를 내려놓았는지를 따라간다. ‘뉴욕타임스’ 기후·기업 전문 기자인 저자는 쉬나드를 단순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모순과 긴장을 끌어안고 살아간 인물로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젊은 시절 쉬나드는 ‘더트백’이었다. 즉, 돈과 안정된 직업, 사회적 성공도 내려놓고 산타기를 즐기는 자유로운 등반가였다. 그는 겨울이면 대장간에서 등반 장비를 만들고, 봄이 오면 차에 물건을 싣고 산으로 향했다. 사업 역시 자신과 동료들이 쓸 더 나은 장비를 만들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실용적이고 튼튼한 제품은 등반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1973년 탄생한 ‘파타고니아’는 반세기 만에 연 매출 10억달러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쉬나드의 성공 방식은 남달랐다. 성장 자체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중시했다. 직원들이 파도가 좋은 날 서핑을 하러 나갈 수 있는 회사,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 일터, 제품을 오래 입고 수선해 쓰도록 권하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좋은 기업은 더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덜 해치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파타고니아의 문화가 됐다. 공급망과 생산 방식도 끊임없이 손봤다. 유기농 면과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고, 제품을 버리기보다 오래 쓰도록 수선 서비스를 강화했다. 일반 기업이라면 매출 확대를 위해 소비를 자극할 상황에서도 쉬나드는 오히려 “덜 사고 오래 입으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창업자를 자본주의 시대의 착한 영웅처럼 그린 것만은 아니다. 그는 자유를 말하면서도 경영에서는 강한 통제력을 놓지 않았고, 환경 보호를 외치면서도 결국 옷을 팔아 성장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조차 파타고니아의 명성을 높이고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선행’ 마케팅은 결국 매출을 늘리기 위한 차별화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2017년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쉬나드는 분노했다. ‘더트백’으로 살고자 했던 그는 억만장자라는 호칭을 자신의 삶에 대한 오해로 받아들였다. 결국 2022년 가족이 보유한 파타고니아 지분을 목적 신탁과 비영리단체에 넘겼다. 회사의 이익이 기후 대응에 쓰이도록 지배 구조를 바꾼 것이다.
착한 기업이 피할 수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착한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지구를 지키겠다고 말하면서도 지구의 자원을 써야 하고, 성장을 경계하면서도 성장해야 살아남는 모순 위에 서 있다. 정답 없는 싸움을 끝까지 붙들고 간 창업자의 치열한 성찰을 보여준다. 2만 2000원.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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