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K반도체 '윈윈'… 세계 최강 AI에 메모리 공급

원호섭 기자(wonc@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6. 5. 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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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마이크론, 앤스로픽과 'AI 공급망 동맹'
앤스로픽 기업가치 1440조원
세계서 가장 비싼 AI기업 등극
클로드 새 모델 오퍼스 4.8
GPT·제미나이 성능 앞질러
삼성, 파운드리도 수주할 듯

인공지능(AI) 상업화와 안전성에 대한 갈등으로 오픈AI를 박차고 나온 연구진이 2021년 5월 세운 앤스로픽이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AI 기업이 됐다. 28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빅3'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가운데 마무리된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9650억달러(약 144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오픈AI(8520억달러)를 제친 것이다. '안전한 AI'라는 명분이 성장 족쇄가 아닌 강력한 영업무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개인 아닌 기업·코딩에 승부수

오픈AI가 챗GPT로 개인 소비자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앤스로픽은 기업 고객과 코딩 자동화에 집중했다. 사람과 대화하는 AI보다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AI에 더 큰 미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초기에는 회의론이 많았다. 챗GPT가 수억 명을 끌어모으는 사이 앤스로픽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성능이 챗GPT를 따라잡고 코딩에서 앞서 나가자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 집계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기업용 거대언어모델(LLM) 시장 점유율은 40%로 오픈AI(27%)를 앞섰고, 코딩 분야에서는 54%로 오픈AI(21%)의 2배를 넘는다. 자율형 개발도구 '클로드 코드'는 출시 9개월 만에 연간 환산 매출 25억달러에 도달했다. 현재 연 100만달러 이상을 클로드에 쓰고 있는 대형 고객은 1년 전 12곳에서 올해 2월 500곳, 현재 1000곳 이상으로 불었다.

한번 핵심 코드와 데이터를 맡긴 기업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같은 '록인'(고객 묶어두기) 효과가 가파른 성장세를 떠받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잘못된 답변이 곧 소송이나 규제로 이어지는 금융·법무·의료 기업에서는 미리 정한 원칙에 따라 AI가 스스로 위험한 답을 걸러내도록 학습시킨 방식이 도입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구글·아마존 칩 조합 경제성 확보

여기에 모델 성능까지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날 앤스로픽이 공개한 새 모델 '클로드 오퍼스 4.8'도 코딩과 에이전트 능력 등 주요 벤치마크 항목에서 GPT-5.5와 제미나이 3.1 프로 등 경쟁 모델보다 나은 성능을 보였다. 성능과 점유율만큼 결정적인 것이 수익 구조다. 앤스로픽 매출의 약 80%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앤스로픽의 연간 환산 매출은 2024년 말 10억달러에서 현재 500억달러로 50배나 증가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늘수록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비용이 함께 폭증하는 사업이다. 오픈AI가 이미지와 영상 생성 등 소비자 시장 확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동안 앤스로픽은 비용이 덜 드는 텍스트 기반 기업 시장에 집중하며 서버 비용을 통제했다. 엔비디아 GPU에 더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와 아마존 AI 칩을 작업별로 조합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도 병행했다. 업계는 앤스로픽이 2028년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반면, 오픈AI는 203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에도 약한 고리는 있다. 폭증한 수요를 연산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앤스로픽은 최근 심각한 컴퓨팅 부족을 겪고 있다. 앤스로픽을 미국 국방부가 지난 2월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면서 수십억 달러대 매출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도 변수다.

◆ 메모리 3사와 더 밀접한 관계

연산 부족은 이번 투자의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메모리 반도체 빅3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은 AI 경쟁이 단순 모델 경쟁을 넘어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인프라스트럭처 전쟁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클로드 같은 대규모 모델은 학습과 추론에 막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쓴다. 앤스로픽이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차세대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수록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모델 규모와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컴퓨팅 자원 확보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앤스로픽이 사용하는 AI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처럼 자체 AI 반도체(ASIC)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 서울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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