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대급 호황? 남 얘기"…서민들은 파산 내몰렸다

김익환/장현주/강진규 2026. 5. 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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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불장…골든벨인가 비상벨인가
AI 대전환기…시장은 지금 '메가포스'의 시대
'금리 오르면 자산 추락' 문법 깨져
기업 생존 위해 AI 등 거대한 투자
성장 떠받치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코스피 역대 최고치·성장률 상향
카드연체 치솟고 소득 양극화 여전

고금리는 항상 주가의 적이었다. 워런 버핏은 “금리는 자산가치를 끌어내리는 중력”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시장은 다르다. 각국 국채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모두 마찬가지다. 해석은 엇갈린다. 긍정론자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쓰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 시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금리 상승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반면 고금리의 끝은 항상 불황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 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주가는 어느 곳을 향할 것인가. 


코스피지수가 29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55% 오른 8476.1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두 배 수준으로 뛰고, 경기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자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1.8%)보다 높은 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 4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고금리가 몰고 올 긴축의 시대에도 한국이 잘 버텨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는 한국의 또 다른 기회’라는 해석이다. 미국뿐 아니라 하드웨어 강국인 한국도 새로운 사이클에 들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자 성공 비용”이라고 했다. AI발 대규모 투자가 금리 상승을 압도하는 ‘메가포스(mega forces·거대한 구조 변화)’ 대열에 한국도 올라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각종 금융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액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고,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도 2019년 후 가장 크다. 리스크 역시 여전하다. 전쟁발 물가 상승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국고채 금리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침체 일로인 내수와 서민 경제 부담도 크다. 소득 양극화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6.59배로 5년 만의 최고치였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반도체 중심 성장의 그늘에서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와 주가 동반 급등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시장의 관심이 주가와 금리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덕에 수출·성장률 '뜀박질'
경상흑자 2500억달러 '역대급'…명목성장률 24년 만에 최고치 


외국인 투자자와 국제 신용평가사는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의 대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로 경상수지를 꼽는다.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어김없이 경상수지가 나빠졌고 반대로 호황기 때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5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고소득계층에 집중되는 등 서민 경제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500억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치(1230억달러)의 두 배에 이른다. 올해 경상흑자는 최근 3년(2023~2025년) 경상흑자 합산액(2556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경상흑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액이 924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은 350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01.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이에 힘입어 네덜란드를 밀어내고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출국’에 올라설 전망이다.

수출 호황은 성장률 상승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올해 실질 성장률이 3.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명목성장률이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명목성장률이 현실화하면 2002년(11%) 후 최고치를 기록한다. 이 경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3만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의 국세수입도 지난해보다 11.1%(41조5000억원) 늘어난 415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초과세수(25조2000억원)를 반영한 수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확대로 초과세수 규모가 추경 때보다 15조원가량 많은 4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8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했다. 하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 임금은 176만7000원으로 0.7% 오르는 데 그쳤다.

증시 호황의 과실도 상위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4년 순자산 상위 20% 가구의 연평균 자본이득은 206만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계층은 10만~41만원에 그쳤다. 상당수 국민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증시 호황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장현주/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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