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과 관계 단절”…자국군 성폭력 블랙리스트에 반발

윤연정 기자 2026. 5.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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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보안군도 처음으로 이름 올려
2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시파 병원 밖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하마스 무장대원 이마드 이슬레임을 애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엔이 이스라엘 군·안보기관을 처음으로 성폭력 블랙리스트에 올리자 이스라엘이 “거짓말”이라며 유엔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29일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 관련 성폭력’ 연례 보고서의 부속서(블랙리스트)에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확인됐다며 이스라엘 군·안보기관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부가 28일(현지시각) 사전 공개한 35쪽 분량의 부속서에는 세계 분쟁 지역에서 성폭력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12개국 정부와 비정부 단체 77곳이 포함됐다.

명단에는 이스라엘의 군대 및 보안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외에도 러시아 군·보안군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 포로와 억류된 민간인에 대한 성폭력 가해 의혹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해까지 이스라엘과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억류된 팔레스타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패턴”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출신의 남성 14명과 여성, 7명, 소년 9명, 소녀 1명에 가해진 고문 형태를 포함해 분쟁 관련 다수의 성폭력 사건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위반 행위에는 물건을 사용한 성폭행, 집단 성폭행, 성폭행 미수, 성기에 대한 신체적 폭력, 성기를 표적으로 한 총격, 가슴과 성기 접촉, 명백한 보안상의 이유 없이 실시된 알몸 수색 및 신체 내부 수색, 강제 나체화, 성폭행 협박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 국방군과 교도소, 특수부대 및 경찰 부대 소속 가해자들에 의해 성폭행 또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최소 9명의 피해자(대부분 가자지구 출신)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스라엘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유엔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유엔이 이스라엘을 분쟁지역 내 성폭력 가해 관련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의 이러한 거짓말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학살과 성폭행, 납치를 저지른 테러 조직 하마스와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타락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그 자리에 있는 한 앞으로 사무총장실과 그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고, 소통을 중단할 것”이라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이미 이스라엘은 2024년 구테흐스 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등 유엔과의 갈등을 이어왔다.

이스라엘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에 대한 유엔의 오랜 제도적 적대감이 또 한 번 드러난 사례”라며 “이스라엘은 (보고서와 관련한) 이러한 의혹을 포괄적이고 철저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반박했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의 성폭력 의혹도 함께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유엔 인권 조사관들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지만, 조사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전쟁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를 대상으로 발생한 310건의 분쟁 관련 성폭력 사건을 확인했다. 피해자 대다수가 남성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리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러한 주장들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고, 늘 그렇듯 러시아를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쪽 전쟁 포로 처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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