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놓쳤으니 폭락이라도’…삼전닉스 ‘곱버스’ 시총 1천억

코스피 급등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4종이 증시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홀로 파란불을 켜고 급락하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두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에 2배로 베팅한 ‘곱버스’ 2종이다. 출시 첫날부터 가격이 18%까지 폭락했지만, 29일 기준 두 상품을 합한 시가총액은 1천억원에 이른다. 반도체 랠리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기대감이 삼전·닉스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공포도 시장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수치를 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중 삼성전자 지수 하락을 2배 추종하는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전 거래일 대비 13.66% 떨어진 1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7% 치솟은 결과다.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출시 첫날인 지난 27일, 에스케이하이닉스가 9% 폭등하면서 18.70% 하락한 바 있다.
연이은 손실에도 두 상품의 거래대금은 상당하다. 첫날에는 6296억원, 이튿날은 9863억원, 이날은 6161억원 정도다.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는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2곳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외 다른 상품들보다 수십배까지도 규모 차이가 있다. 이날 기준 두 상품의 시가총액은 1천억원에 이른다.
올해 초 4000선에서 등락을 이어오던 코스피가 최근 8000선을 돌파하고 있는데도, 곱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꾸준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증권상품 거래량 상위 다섯 종목 중 네 종목이 인버스·곱버스였다. 이 가운데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압도적인 거래량을 보였다. 올해에만 4321억좌가 거래됐고, 거래대금은 98조원에 달했다. 거래대금 역시 상위 세 번째로 자리하고 있는데, 곱버스 가격이 레버리지 상품보다 훨씬 낮은 것을 고려하면 투입되는 자금 역시 상당한 셈이다. 다만 연초부터 이어진 코스피 급등으로 곱버스는 현재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연초 500원선이었지만, 이날 84원까지 떨어졌다. 등락률은 무려 -86%에 이른다.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도, 등락률이 20% 가까이 차이 난다.
곱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높지 않은데도 이처럼 거래가 몰리는 것은, 반도체 랠리에 대한 기대감과 공포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코스피200 옵션 가격의 변화율을 바탕으로 지수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을 나타내는 코스피200변동성 지수(VKOSPI)는 이날 73.81까지 뛰었다.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이 지수는, 보통 급락장에서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데 급등장인데도 70 이상의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직후 80.37까지 뛰었고, 그 전까지는 통상 20~40 사이를 오갔다. 지금 장을 두고 증권가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 또는 ‘슈퍼버블’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가 폭등에 따른 헤지(위험 회피) 용도가 아닌, 특정 지수나 종목의 급락을 노리고 곱버스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은 “최대 일주일 이내의 단기적인 시장 대응이나 전술적 헤지 수단으로만 곱버스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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