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만에 논문 380편 ‘뚝딱’…AI가 논문 심사 뒤흔든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는 논문을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AI가 학술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논문을 평가하는 기존 심사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로체스터대 공동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경제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이코노믹 리터러처’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금융학 논문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약 12시간 만에 논문 380편을 생성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초록, 서론, 데이터, 분석 결과, 결론, 참고문헌을 모두 갖춘 형태로, 형식과 문체 면에서 사람이 쓴 연구와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처음부터 ‘AI 논문 공장’을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기업 회계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를 찾는 연구였다. 재무제표의 특정 항목이나 비율이 이후 주가 수익률과 반복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살핀 것이다. 연구진은 3만개가 넘는 후보 신호를 뽑아낸 뒤, 기존 금융학 문헌에 보고된 200여 개 주가 이상 현상과 비교했다. 이 과정을 거쳐 기존 연구와 겹치지 않으면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새 신호 95개를 추렸다.
문제는 이 신호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였다.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있었지만, 왜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는지 설명하는 가설과 해석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이런 설명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기로 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1’ 모델을 이용해 95개 신호 각각에 이름을 붙이고, 같은 분석 결과를 서로 다른 가설과 이론적 근거로 풀어낸 논문을 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약 12시간 만에 380편의 금융학 논문이 만들어졌다.
이번 연구는 AI가 학술 연구를 얼마나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학술지와 학회에는 논문 투고가 늘면서 심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가 공장처럼 논문을 대량 생산하면 기존 동료심사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논문 홍수’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내놓는 ‘환각’ 위험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AI가 연구자를 곧바로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AI가 연구자가 지식을 만들고 퍼뜨리는 방식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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