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지 않은 재난구호가 사회 안정 해친다?···중국 민간구조대 활동 견제에 시끌
재난 사진 인터넷에 올리자 경고 및 철수

중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재해가 속출한 가운데 민간 자원봉사 조직이 당국에 따로 알리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구조 활동을 펼쳤다가 ‘사회 안정을 뒤흔들었다’는 경고를 받고 철수했다.
29일 베이징일보와 싱가포르 언론 연합조보에 따르면 전국 31개 성급 행정구에 지부를 둔 민간 자원봉사 조직 란톈구조대(蓝天救援队)는 지난 22일 허난성 뤄양시 이촨·이양·쑹현에서 20명을 차출해 약 700km 떨어진 후난성 창더시 스먼현으로 보냈다. 후난성을 비롯한 중국 중서부 5개 성에는 지난주부터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홍수,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창더시 스먼현의 피해는 특히 컸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허난성의 민간 구조대가 후난성까지 와서 소방당국과 함께 구조작업을 벌이는 것은 처음에는 ‘사회적 연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허난성 란톈구조감독부는 지난 22일 팀 전체에 공개 경고를 보내고 구조대를 철수시켰다.
감독부는 경고문에서 “이촨·이양·쑹현의 구조대가 상부 보고나 승인 없이 후난성 창더에 가서 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허가 없이 스먼 톨게이트에서 영상을 촬영 및 유포해 온라인 여론을 자극하고 극심한 부정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구조대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경고문은 “승인받지 않은 지역 간 구조 활동, 승인받지 않은 외부 구조 활동, 현장 영상 자료의 불법 촬영 및 유포, 부정적인 여론 조성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란톈구조대의 조치가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이 “사람을 구조하는 데 승인이 필요한가?” “선행을 하는 것에도 승인이 필요한가?”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구조대원들이 경고를 받은 결정적 이유는 톨게이트에서 재난 현장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이라며 “당국은 재난 정보가 알려지는 것에 민감하다” “대체 뭘 감추려고 하는가”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가 구조대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란톈구조대는 2007년 결성된 중국 내 최대 민간 재난 구조 조직이다. 중국에는 다양한 민간 재난구조 조직이 있으며 평소에도 재난이 발생하면 당국과 함께 구조 작업을 펼쳐 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2021년 8월 허난성에서 심각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자 600개 이상의 민간 구조팀이 현장에 투입됐다.
중국의 민간 구조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6만9000명이 사망한 2008년 쓰촨성 원촨대지진이다. 구조대 활동은 대표적인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떠올랐다. 구조대 외 다양한 풀뿌리 공익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중국에서도 자율적인 시민사회의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당의 통제를 강조하는 기조에서 NGO의 공간은 극도로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조보는 현재 중국의 NGO 대부분은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팀이 주로 사회적 기부에 의존하거나 운영 유지를 위해 구성원들이 사비를 털어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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