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돌아섰나...정몽규 '전격 사퇴' 파장

정호진 2026. 5. 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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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북중미 월드컵 끝으로 정몽규 시대 막내려
13년 장기집권 끝…축구협회 대전환 예고
팬심 흔든 반복 논란에 결국 책임론 확산
[지데일리] 한국 축구 행정을 둘러싼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결국 스스로 퇴진 시점을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뒤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은 단순 인사 발표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오랜 시간 누적돼 온 축구계 내부 갈등과 팬들의 불신, 정부와 협회 간 긴장 관계가 한꺼번에 응축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중미 월드컵 종료 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13년 재임 끝에 논란과 비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대표팀 지원을 마지막 소임으로 제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정 회장은 29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3년간 협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회장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축구 행정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와 국제 대회 유치, 유소년 시스템 확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공을 들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아시안컵 경쟁력 유지 역시 재임 기간 주요 성과로 언급된다.

그러나 긴 재임 기간만큼이나 비판도 거셌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반복된 혼선과 행정 불투명성 논란은 팬들의 불만을 키웠다. 일부 축구인들은 특정 인맥 중심의 운영 구조와 협회의 폐쇄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협회 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정 회장은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85.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장기 집권 체제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문체부는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고, 축구협회는 행정 독립성을 주장하며 맞섰다. 여기에 법원 판단까지 이어지며 협회를 둘러싼 부담은 더욱 커졌다.

협회 측은 이번 사퇴 선언이 외부 압박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여론의 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국가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불신이 누적되면서 정 회장이 더 이상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발표는 한국 축구 행정의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일부 인사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차기 회장 선거에서는 투명성과 소통 능력, 팬 친화적 운영이 핵심 기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성적 경쟁력을 넘어 공정성과 신뢰 회복이 차기 지도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중미 월드컵은 정몽규 체제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대표팀 성과에 따라 그의 재임 평가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월드컵 결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장기 재임의 공과 속에서도 일정 부분 긍정적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기대 이하 성적이 나온다면 한국 축구 행정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3년 동안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스스로 퇴진 시점을 밝히면서 축구계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제 관심은 정몽규 회장의 마지막 월드컵과, 그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