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지 말자”…‘허수아비’ 박해수·이희준, 흥행을 만든 진심 [인터뷰]

손미정 2026. 5.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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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허수아비’ 강태주·차시영役
진실 쫓는 형사 vs 야망에 눈이 먼 검사
“입체적 인물에 매력…도전 의식 생겨”
“그 시대 사는 사람 자체가 되기로 마음”
드라마 ‘허수아비’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26일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12회에 걸친 여정을 마무리했다. 첫 회 2%대로 출발한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상승했고, 최종회에서는 8.1%를 기록했다. ‘유종의 미’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성과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허수아비’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드라마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섬세한 연출과 촘촘한 서사를 곁들여 묵직한 수사물로 안방극장을 정면 돌파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사건 안에서 ‘허수아비’는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들추고 싶지 않은 과오를 비춰 보였다. 그렇게 드라마는 잔혹했던 시대의 얼굴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휴먼 드라마의 결을 가진 범죄 수사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예상도 못 했어요.” (박해수)

“대중적인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흥행할 줄 몰랐죠.” (이희준)

배우 박해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수아비’의 중심에는 두 남자가 있다. ‘강태주’(박해수 분)와 ‘차시영’(이희준 분)이다. 어린 시절의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은 1988년 강성에서 형사와 검사로 다시 만난다. 끝까지 진실을 집요하게 좇는 태주와 열등감 속에서 들끓는 야망을 놓지 못하는 시영.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두 사람은 끊임없이 엇갈리고 부딪힌다. 공조와 배신이 수없이 교차하는 이들의 서사와 관계성, 그리고 매 순간 내리는 선택과 그 결과는 ‘허수아비’를 단순한 범죄 수사물에 머물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축이다.

작중 태주와 시영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와 이희준을 각각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한 사이로 지내온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사실 그래서 더욱 ‘허수아비’의 흥행이 필요했다. 또다시 함께 작품을 하기 위해서다.

“‘악연’(넷플릭스) 같은 작품이 잘되기는 했는데, 저와 해수 배우가 같이 해서 잘 안된 작품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 같이 캐스팅됐을 때 대표님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허수아비’가 잘 안되면 이번이 같이 작품 하는 마지막이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니까요. (웃음)” (이희준)

두 사람이 생각해도 ‘허수아비’는 흥행이 보장된 작품은 아니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작품의 주제는 무겁고 화면마저 어둡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기꺼이 배역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결핍을 품은 채, 예측 가능한 범주에 머물지 않는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배우들의 도전 의식에 불을 붙였다.

배우 이희준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주는 미성숙한 인물이에요. 자신만의 옹달샘 같은 진실을 추구하면서 부단히 삐걱거리죠. 아마 완벽한 형사였다면 캐릭터에 이만큼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삼각형에 비유하자면 거꾸로 서 있는 삼각형 같은 인물이죠.” (박해수)

“처음 드라마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부터 배우로서 너무 신이 났어요. 차시영은 애정 결핍과 인정 욕구, 그리고 그것을 만든 성장 환경까지도 촘촘하게 설계된 캐릭터예요. 악당이라는 기능적인 역할도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죠. 연기하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희준)

드라마는 두 친구가 멋진 공조를 펼쳐 진범을 찾아가는 익숙한 버디 수사물의 클리셰를 단 한 줄도 따라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적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였기에 태주와 시영이 마주하는 장면들에는 여전히 서로를 믿고 싶은 마음의 조각들이 남아 있다. 이들의 묘한 관계성에 시청자들은 ‘혐관 공조’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누군가가 미워질 때는 그 전에 정말 친하거나 사랑했거나, 혹은 엄청나게 의지했던 사람에 대한 기대가 끊어졌을 때 생기는 박탈감과 애정이 존재하잖아요. 태주와 시영의 관계에도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던 시간이 있었던 거죠. 연기하면서도 시영에게 ‘그래도 그에게 희망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박해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태도와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태주와 시영뿐 아니라 박선영, 정문성 등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는 배우들은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척하는 연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실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드라마 ‘허수아비’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제공]

“해수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지나가는 말처럼 ‘척하는 연기는 하지 말자’고 답한 적이 있어요. 고민하는 척, 생각하는 척하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이희준)

“‘척하지 말자’는 말이 딱 와닿았어요. 과거에 존재했던 어떤 형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부단히 살아냈던 인물 자체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박해수)

촬영 현장은 뜨거웠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전력으로 작품에 뛰어들었다. 몰아치는 현장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가 배우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다. 무더운 여름 촬영장에선 서로의 버팀목이 됐다. “연기하면서 정말 다 기대서 갔던 것 같아요.” (박해수) 유독 촬영 현장이 행복했던 이유는 박준우 감독의 지분이 컸다.

“너무 더운 날에는 낮에 몇 시간씩 휴식 시간을 주셨어요. 쉬는 동안에도 제작비는 계속 나가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거든요. 배우들과 스태프를 배려한 감독님의 선택이었죠.” (이희준)

“감독님이 모든 배우와 스태프를 한 명 한 명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어려운 제작 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고,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현장은 더 뜨거워졌죠.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역량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어요.” (박해수)

드라마 ‘허수아비’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제공]

차시영은 그간 이희준이 선보여 온 ‘속을 알 수 없고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 이희준은 “‘이희준 또 험한 거 삼켰네’라는 반응이 재미있었다”면서도 “나도 좋은 걸 삼키고 싶다”며 웃었다. 그가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다.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들이 제 얼굴에서 악역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해서 장르물에서 열심히 해왔죠. 그런데 저도 이제는 센 캐릭터 말고 호감 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희준)

장르물 하면 박해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여러 겹을 가진 인물들을 좋아하다 보니 장르물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갈증도 크다. 아직 그가 해보고 싶은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은 갈급함이 있어요. 더 둔탁하고 촌스러운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고요. 물론 사랑에 대한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태주의 모습처럼 저 역시 어른으로서 잘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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