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도전했던 ‘콩 박사’ 함정희 씨, 장기기증으로 5명 새삶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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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뇌사 장기기증
30여년 토종 콩 연구에 매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8월 20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함정희(71) 씨가 뇌사 상태에서 간과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각각 기증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일평생 콩을 연구하고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까지 받았던 함정희 씨(71)의 장기기증 소식이 일 년이 지나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8월 20일 함 씨가 전북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쪽 신장, 양쪽 안구 그리고 뼈와 혈관 등 인체 조직을 기증했다고 29일 밝혔다. 총 5명이 함 씨 덕에 새로운 삶 얻게 됐다.

함 씨는 지난해 8월 14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함 씨는 평생 토종 콩을 연구하고 직접 만드는 삶을 살았다. 원래 수입 콩을 사용하는 두부 사업을 크게 운영하며 돈을 벌었지만, 2001년 유전자변형(GMO) 콩 문제를 접하고 사업 방향을 바꿨다.

사업 손해에도 불구하고 토종 콩을 이용한 식품 개발에 몰두했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토종 콩 사업과 연구를 이어갔다. 쥐눈이콩을 이용한 청국장 등을 개발했고, 토종 콩의 유전자원과 기원 등을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원광대에서 보건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함 씨가 67세 때의 일로, 늦은 나이에도 학구열을 불태웠다.

농림축산식품부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고, 2018년 대한민국 노벨 재단의 추천을 받아 ‘노벨생리의학상’ 대한민국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함 씨의 장기기증 소식은 1년 가까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유족들의 결심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숭고한 생명나눔을 가슴에만 묻어두기 아쉬웠다”며 “뒤늦게나마 고인의 삶과 나눔 정신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함 씨의 아들 박승우 씨는 “삶의 모든 순간이 일뿐이었던 어머니가 이제라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랜 세월 고인과 친남매처럼 지낸 지인 류병덕 씨도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의 삶과 연구를 이야기할 그날까지 누님의 뜻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해 주신 함정희 님과 그 뜻을 아름답게 이어주신 유가족분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생명나눔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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