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의사보다 삼전닉스가 낫겠지?”…의대 진학 불리한 영재학교 경쟁률 ‘역대 최대’

전국 영재학교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며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의대 쏠림 현상이 이어졌던 입시 시장에서 최근 들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2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8개 영재학교 가운데 경쟁률을 공개한 7개교의 2027학년도 신입생 지원자는 총 4155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은 6.21대 1이다. 지원자 수와 경쟁률 모두 영재학교 간 중복 지원이 금지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지원자가 전년 대비 30% 넘게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대전과학고와 대구과학고, 경기과학고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학교별 경쟁률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7.55대 1로 가장 높았고 대구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뒤를 이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영재학교 지원 증가 배경으로 AI 산업 확대와 반도체 업황 회복을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공계 진로에 대한 학생·학부모 선호가 다시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취업 연계가 가능한 ‘반도체 계약학과’ 인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손잡고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졸업 후 취업이 연계되는 구조여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7학년도에는 전국 10개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 46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의대 못지않은 안정성과 높은 연봉 기대감이 맞물리며 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의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재학교는 의대 진학 시 학교 차원의 불이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신 감점이나 추천 제한 등 각종 제도가 운영되면서 사실상 의대 진학을 억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늘었다는 점은 이공계 선호 현상이 단순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의대로 이동했지만 최근에는 AI·반도체·로봇 등 첨단 분야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확실히 증가했다”며 “대기업 취업과 산업 성장성이 맞물리면서 이공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영재학교는 오는 7월 초부터 학교별 영재성 검사에 들어가며 이후 캠프 전형 등을 거쳐 8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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