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보영, 상의 의미·새 도전·데뷔 20주년 그 이후

박정선 기자 2026. 5. 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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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자그마한 체구로 총을 든 모습도 어색하지 않다. 데뷔 20주년, 큰 반환점을 맞은 배우 박보영이다.

박보영의 반환점은 '골드랜드'다.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박보영(희주)이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금빛 욕망 생존 스릴러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범죄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박보영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은 체구로 거친 액션을 소화하며, 작은 손으로 총까지 집어 들었다. 처절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박보영다운 성과를 거뒀다.
'골드랜드' 박보영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촬영은 이미 끝났지만, 방송까지 마치고 나니 기분이 새삼 다르다. 아쉽기도 하고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주는 1,500억 금괴의 주인공이 됐다.
"마냥 시원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이 돈을 쓰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표를 찍으며 끝난 느낌은 아니다."

-마지막 엔딩은 시즌2를 예고하는 걸까.
"우리도 그런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청강이 찾아오면서 끝나기 때문이다. 원래는 '찾았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감독이 조금 더 뒷이야기를 많이 열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김희원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연기했나.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대본이 나오고 엄마와의 과거 신이 등장하면서 '혹시 설마?' 하는 마음으로 봤다. 확실히 드러났을 때 나의 촉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장르물 첫 도전이다.
"범죄 스릴러 같은 장르물은 처음이다. 처음엔 다들 우려했으나, 막상 공개되고 나니 괜찮다는 반응들이 있어 좋았다."

-이광수, 김희원과는 절친인데 함께 출연했다.
"이광수 배우와는 친하지만, 분장하고 촬영장에서 만나면 각자 희주와 박 이사로 철저히 대했다. 액션 연기를 할 때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 친하다 보니 의심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사이였고, 액션을 할 때 조금 더 세게 해도 된다는 것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김희원 선배는 전작 '조명가게'에서 감독으로 만난 인연이 있어 자신감을 실어주었고, 연기했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피드백을 주어 아빠 같은 느낌이 있었다."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1번 주연이라 부담감이 컸을 텐데.
"1번 주인공이긴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금괴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욕심을 낸다. 책임감을 다 같이 나눠 갖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 걱정도 됐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의지를 많이 했다."

-장르물 도전을 어떻게 결심했나.
"안 해봤던 것을 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다양한 장르를 많이 해보는 것이 욕심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부터 새로운 영역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대본을 보고 희주에 제 모습을 투영하니 의문이 들었다. 연기 톤이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데 희주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떠한 모습을 보고 나에게 대본을 줬을지 궁금했고,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다는 점이 흔치 않아 고민도 되었다. 감독님은 '많은 사람이 박보영이 희주를 맡으면 금괴를 너무 돌려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런 사람이 욕망에 눈뜨는 모습을 보면 다른 의미의 감정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광수 캐스팅에 목소리를 내진 않았나.
"감독님과의 관계를 보면 나보다 두 분이 더 절친하다. 도움이라면 내가 더 도움을 받았다. 훨씬 더 그쪽이 두텁다."

-이광수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분장하고 볼 때마다 섬뜩했다. 원래도 키가 큰데, 박 이사 분장을 하면 2미터는 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그런 키 차이가 익숙했고, 그래서 덜 겁먹었다. 후반부에 박 이사와 대립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성철이 연기한 우기와는 사랑일까, 아니면 다른 감정일까.
"감독님은 우기와의 관계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 싫다고 했다. 우기가 희주에게 갖는 감정이 무엇일지 끝까지 궁금해해야 시청자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우기가 희주에 대한 마음이 있으니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까 싶다. 희주의 마음에는 가족 같은 느낌도 섞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송으로 봤을 땐 '저건 사랑이다'라고 생각했다."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
-박보영의 이미지 때문에 이 역할을 맡기 부담스럽지 않았나.
"부담스럽다. 나는 안 착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질문을 당연히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욕심이 났다. '그런 사람만은 아니랍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김성철과는 어땠나.
"김성철은 장난기가 많다. 우기처럼 애교도 많고 '누나 누나' 이러면서 계속 말을 건다. 이렇게 파워 E 같은 친구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였다. 누나라는 이야기도 참 잘한다. 나중에는 애드리브를 제일 많이 하는 배우였다. 대사가 안 끝난다."

-액션 장면이 많았다.
"총이 그렇게 무거운 줄 몰랐다. 김성철이 앞에서 대사를 길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떡하지, 총이 내려가는 것 같은데 누가 좀 받쳐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중엔 총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희주가 총을 전문적으로 쓰는 인물은 아니어서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오히려 다행이었다. 몸싸움도 멋진 액션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하는 느낌이라 잘 맞았다. 맞는 게 많아서 '잘 맞는 법'을 배웠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더 어렵고 마음이 불편했다."

-'골드랜드' 홍보를 위해 웹 예능에서 '모지리' 분장을 했다.
"홍보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광수의 입에서 시작된 일이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이광수가 출연을 약속해버렸다. 그 타이밍에 '골드랜드'가 나와서, 할 거면 제대로 쌍둥이처럼 하자고 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산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다. 유재석 선배도 '진짜 열심히 산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영상이 공개되면 많은 이가 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최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원래 상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워낙 큰 상이기도 했고, 훌륭한 후보들과 함께 올랐기에 오른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데뷔 20주년이라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매번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이번에 더 잘해야 다음이 있고, 잘못해도 기회는 더 있겠지만 매번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늘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는 마음은.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오래 하고 싶다. 항상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열심히 오래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20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보면 크기도 한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중간 즈음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20주년이 제 인생에서 어느 부분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간이라고 생각하고 해왔던 것만큼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올해는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만 쉬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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