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도파민 장사에 빠진 '나는 솔로', 출연자 보호는 말로만
[텐아시아=박주원 기자]

ENA·SBS Plus '나는 솔로'가 또다시 선을 넘었다. 31기 종영 기념 라이브 방송은 말만 종영 라이브였을 뿐, 사실상 논란의 중심에 선 일반인 출연자들을 카메라 앞에 세워 실시간 여론의 심판대에 올린 자리처럼 비쳤다. 이미 거센 비판을 받았던 출연자들이 방송 이후 다시 한번 사과하고 해명하는 모습은 불편함을 남겼다.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에는 "[나는 SOLO LIVE] 31기 라방 다들 이것만 기다렸지? 도파민 폭발! 오늘 잠은 다~~ 잤다"는 제목의 방송이 실시간 스트리밍됐다. 31기 솔로들의 최종 선택이 공개된 직후 진행된 라이브였다.
높은 화제성을 보였던 기수인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평일 새벽 시간대에 진행된 라이브였음에도 동시 시청자 수는 39만 명을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기존 종영 라이브가 대체로 60만~90만 회 수준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치다.

31기가 이처럼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출연자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영숙, 정희, 옥순 등 방을 함께 쓰는 여자 출연자 3인이 이른바 '걸스토크'라는 명목으로 경수와 러브라인을 타고 있던 순자에 대한 뒷담화가 가감 없이 공개됐다. 이후 순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경련 증세를 호소하며 응급실로 향하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출연자 간 갈등과 감정적 충돌은 프로그램의 핵심 화제 요소로 소비됐다.
문제는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할 수밖에 없는 판을 제작진이 깐 셈이라는 점이다. 시청자는 제작진이 보여준 화면 안에서 출연자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화제성은 프로그램이 가져가고, 비난과 낙인은 일반인 출연자가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출연자의 일부 분량을 편집했고, 방송 자막을 통해 "출연진을 향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극적인 장면은 유튜브 쇼츠와 클립으로 재가공됐다. 출연자 보호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논란을 화제성으로 활용하는 듯한 제작진의 태도는 모순적으로 비쳤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는 종영 라이브에서도 반복됐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폭로와 감정 충돌이 이어졌고, 개인 간 갈등은 다시 자극적인 콘텐츠로 소비됐다. 출연자들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비난과 악플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나는 솔로'는 그동안 일반인 출연자의 솔직한 감정과 날것의 관계를 앞세워 높은 화제성을 얻어왔다. 그러나 자극적인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논란이 커지면 뒤늦게 출연자 보호를 당부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제성이 프로그램의 성과인 것처럼, 일반인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까지 제작진의 책임 안에 있어야 한다.
'나는 솔로'의 남규홍 PD는 과거 SBS '짝'을 연출하던 당시, 촬영 중 일반인 출연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일반인 출연자 보호 책임을 둘러싼 논란을 겪은 바 있다. 그만큼 '나는 솔로' 제작진은 누구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출연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다. 갈등을 보여주는 것과 갈등을 끝까지 소비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솔로'가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도파민이 아니라, 일반인 출연자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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