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코스피, 금리 상승에 발목 잡히나 [김학균의 시장읽기]
시장 불안 커질수록 중앙은행 역할 시험대 오른다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코스피 랠리에 거침이 없다. 5월26일 종가 기준으로 8000포인트 고지를 밟은 데 이어, 5월27일 840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간의 시선은 언제까지 랠리가 이어질까에 쏠려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복병은 시장금리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0%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년 전 2.31% 수준에 머물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월15일 3.76%까지 치솟았다.
오랫동안 주가와 금리는 같은 방향으로 걷는 동반자였다. 물론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때 주가가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거대한 강세장은 대체로 금리 상승기와 궤를 같이했다.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 다름 아닌 '경기'였기 때문이다. 금리는 돈의 가치와 같다. 경기가 호전되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가계는 소비를 확대한다.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돈의 가치인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 국면에서는 주가도 경기 호전을 반영해 상승하곤 했다. 반대로 경기가 가라앉으면 돈의 수요가 줄어 금리가 떨어지고 경기가 나쁘니 주가도 하락했다.
이 전통적인 반응 패턴 속에서 안전자산인 채권과 위험자산인 주식은 확실한 대체관계를 형성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금리 하락) 주가가 내리고, 채권 가격이 내리면(금리 상승) 주가가 올랐다. 주식과 채권의 분산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방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견고했던 조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넘어, 장기 채권을 직접 매수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양적완화)을 도입하면서부터다. 경제의 깊숙한 곳까지 중앙은행의 손길이 닿자, 자산시장은 통상적인 경기 사이클보다 통화정책의 향방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증시가 금리 상승에 취약해진 이유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며 조정을 받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미국 증시는 장기적인 강세장을 구가해 왔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침체 없이 짧은 조정을 거치며 성장을 거듭한 끝에, 최근 다우지수 5만 포인트, S&P500지수 7000포인트라는 미증유의 고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강력한 장세 속에서도 주가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던 '깊은 조정' 국면들, 예를 들면 2018년과 2022년에는 예외 없이 금리 상승이 주가 조정의 계기로 작용했다.
2018년 글로벌 금리 상승 국면에서 미국 S&P500지수와 코스피는 고점 대비 19.8%와 19.5% 조정을 받았고, 성장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26.3%나 급락했다. 2022년 금리 급등 국면에서도 S&P500지수가 25.4%, 코스피가 34.7%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도 36.3% 하락했다. 채권 가격이 무너지면서(금리 상승) 주식도 함께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동반 하락 국면이었다. 안전자산인 금도 예외가 아니어서 2018년과 2022년의 금리 상승 국면에서 각각 13.6%와 21.4% 하락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숨을 곳을 찾기 힘들어진다.
글로벌 증시가 이토록 금리 상승에 취약해진 근본적 이유는 각 경제 주체들이 짊어진 막대한 '부채'에 있다. 특히 공공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선진국들의 부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민간의 부실을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떠안으면서 급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고용과 기업을 지탱하기 위해 단행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07년 64.9%에 불과했으나, 2025년 기준 123.8%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비대해진 부채 경제하에서는 금리 상승이 주는 충격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넓다.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복지, 산업 정책 등에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 여력이 급격히 축소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시장에 늘어나는 채권 공급이 다시 금리를 끌어올리는 파괴적인 악순환이 시작된다.
최근에도 글로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5월 들어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며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6%에 육박했다. 장기 초저금리의 상징이었던 일본마저도 30년물 국채 금리가 발행 이래 최고 수준인 4%대에 진입했다.
최근 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다. 지정학적 갈등은 결국 에너지 가격으로 연결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둘째는 영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다.
글로벌 증시 구원할 중앙은행의 방어벽
흥미로운 점은 최근 장기 금리 상승이 단순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직접 연동되지만, 장기 금리는 경제의 장기적 성장성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다. 최근 단기 금리 대비 장기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것은 시장이 오히려 중앙은행이 공격적 긴축 정책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부채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의 장기 금리 상승은 중앙은행 통제권 밖에서 나타나는 시장의 자생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월가에서는 이를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라고 불렀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거나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채권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며 금리 상승으로 경고를 보내는 현상이다.
미국과 이란의 정전 협상 진전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중동 문제는 종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가 실망으로 바뀌곤 했지만 동시에 언제든 종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도 높은 물가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 긴장이 완화된다면 국제유가 안정과 함께 금리 상승 압력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정 문제는 다르다. 정치의 영역에서 한번 늘린 지출을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오히려 정치인들의 자제를 기대하기보다는 중앙은행의 안전판 형성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2022년 영국 트러스 내각 출범 직후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로 장기 금리가 급등했을 때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정책을 쓰는 와중에도 일시적 국채 매입에 나섰다. '한시적 양적완화'였다.
2009년 이후의 조정 장세가 그랬듯이 최근의 글로벌 증시 상승을 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금리 상승이라고 본다. 무질서한 금리 상승은 자산시장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재앙이다.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시장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얼마나 튼튼한 방어벽을 세워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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