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울고 오면 선생님 고소…한국, 일본보다 100배 더 고소한다”
양홍석 변호사 “경찰 인력 최소 2~3배 늘려야 수사 품질 유지 가능”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한 해에 고소·고발로 형사절차에 휘말리는 한국인이 70만명을 넘는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인 일본의 연간 고소·고발 건수는 1만여 건에 불과하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한국이 일본의 100배 이상이다. 분쟁이 생기면 대화보다 고소장부터 꺼내 드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법연수원 16기)는 최근 자신의 SNS에 "고소·고발 공화국에서 제발 벗어납시다"라는 글을 올리며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고소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현실을 짚으면서,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이 2010년 2만2000여건에서 2020년 7만9000여건으로 10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같은 기간 기소 건수는 연평균 1만1000건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고소의 압도적 다수가 실제 기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이 현상이 개인 간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8일 만에 고소·고발이 137건 쏟아졌다. 하루 평균 17건이다. 그는 "정적을 흔들고 싶으면 고발장부터 쓰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정치인들이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이를 솔선수범한다고 지적했다. 채무 관계, 이웃 갈등, 직장 내 다툼, 온라인 댓글 하나까지 형사절차로 끌고 오고, 자식이 학교에서 울고 오면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하는 현실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입법적 해결을 촉구했다. 형사소송법에 고소·고발 각하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사건은 접수와 동시에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용하는 이에게는 엄한 책임을 물려야 하며, 변호사들도 무분별한 고소·고발 수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왔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양홍석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박 교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몇 가지 반론을 제기했다.
양 변호사는 먼저 한국과 일본의 단순 수치 비교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법제도, 문화, 절차 진행 방식이 전혀 다른 나라끼리 건수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고 무용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명예훼손 고소·고발이 절대적으로 늘었더라도, 같은 기간 사회 전체의 표현 행위 총량이 그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기소되지 않은 사건을 곧바로 '남용'으로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검찰의 처분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생기는 지체 현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 변호사가 더 무게를 둔 것은 수사 인력의 문제였다. 사건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수사 조직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최소한 2~3배는 늘려야 적정한 수사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명예훼손·모욕죄 형사처벌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형사절차는 민사소송과 달리 돈과 시간이 없는 사람도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을 민사로만 해결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는 "돈과 시간, 노력이 더 든다"며, 고소·고발 억제가 사회 균형추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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