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진단] 적자 늪 빠진 엔켐, ESS·CATL 카드로 반등 노린다

김유영 기자 2026. 5. 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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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공급망 재편·CATL 협력 확대 추진
AI 데이터센터發 ESS 수요 확대 주목
새만금 리튬염 국산화로 원가 경쟁력 강화
엔켐 폴란드 법인 전경. [출처=엔켐]

글로벌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이 전기차 시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속에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년간 공격적인 해외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글로벌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북미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 리튬염 국산화 등을 기반으로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엔켐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 이동을 돕는 소재로 배터리의 출력과 수명,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사는 미국·유럽·중국·한국을 잇는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배터리 고객 대응력을 높여왔다.

엔켐의 지난 5년간 실적 변화는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걸어온 성장과 조정의 궤적을 그대로 반영한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2143억원에서 2022년 5098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익도 260억원 손실에서 154억원 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와 주요 배터리 고객사 증설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이후 업황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세는 꺾였다. 2023년 매출은 4247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매출 3657억원, 영업손실 50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고객사 재고 조정, 전해액 판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매출 3128억원, 영업손실 78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이었다. 엔켐은 연결 기준 매출 841억원, 영업손실 24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회사는 이를 북미 공급망 재편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적 조정 구간으로 보고 있으며, 2분기 이후 신규 프로젝트 물량 확대와 ESS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엔켐 미국 조지아 공장 전경. [출처=엔켐]

◆북미 공급망 재편…ESS 시장 확대 주목

최근 엔켐이 집중하는 분야는 북미 공급망 다변화와 신규 수요처 확보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 공장을 기반으로 기존 핵심 고객향 공급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프로젝트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 배터리 생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가 진행되고 있으며 완성차 연계 배터리 생산라인과 신규 프로젝트 물량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엔켐은 북미 시장에서 기존 핵심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이중 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기반 주력 모델 공급을 유지하는 한편 차세대 원통형 프로젝트와 신규 모빌리티 플랫폼 수요 대응을 확대하며 중장기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의 협력 확대도 관심을 모은다. 현재 중국 1·2공장에 대한 고객사 실사(Audit) 가 진행 중이며, 회사는 2분기 말 공급 개시를 목표로 품질과 생산, 물류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가동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에는 ESS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글로벌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엔켐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ESS용 전해액 공급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CIBF 2026'에서는 LFP(리튬인산철), 리튬망간리치(LMR), 미드니켈,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용 전해액 제품군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장 수요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프랑스 배터리 기업 베르코(Verkor)와 협력 관계를 점검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엔켐은 새만금에서 전해액 핵심 원료인 육불화인산리튬(LiPF6)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원가 절감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계 기반 싱글월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 분산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엔켐의 향후 실적 회복 여부가 북미 신규 프로젝트 확대와 CATL 공급 진행 상황, ESS 시장 성장, 리튬염 국산화 성과 등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ESS와 전력 인프라 시장이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 잡을 경우 가동률 개선과 수익성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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