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방산 공약 ‘우후죽순’…현실성 없는 ‘헛구호’ 우려
경기·호남 지역공약 중복 과열양상
‘K-방산’ 부상 속 관련 공약도 봇물
전시성 사업, 선거 후 실종 가능성 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반도체·AI·방산분야와 관련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29일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ned/20260529114022597lfle.jpg)
6·3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반도체 공장 유치 등 핵심 공약에 대한 후보들 간 과열 경쟁을 둘러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성 없는 공약들이 남발될 경우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에 따르면 전국 16개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 54명 중 44명이 반도체 또는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올려놓았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면서 3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당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도 새만금에 3조원 규모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도 반도체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해 제2국가반도체산업단지를 대구에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 역시 구미시에 반도체 공장 유치를 발표했고,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도 유성구에 530만㎡(약 160만 평) 규모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야 경기지사 후보들은 “반도체벨트를 수성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후보는 “경기도 반도체벨트의 분산은 절대 안 된다”고 나섰고,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 역시 “반도체벨트를 지켜내고 전용 교통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재계와 경제계에서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치권의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과 관련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80조원, 600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계획을 확정한 만큼 현실적으로 추가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강연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광주·전남에 전기가 있는데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 여당 의원의 질문에 “전기가 있는 곳에 (공장이) 가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꼭 반도체 공장이 가야 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탑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재생에너지 등 전력이 생산되는 인근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방산 클러스터 유치 관련 공약들 역시 쏟아지고 있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사천·진주를 거점으로 ‘남해안 우주항공방산 메가클러스터’ 조성과 방산연구진흥원 신설을 내세웠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SK·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는 등 공약을 발표했다. 여야의 충남·경북지사 후보들 역시 각각 로봇 방산클러스터·국방반도체 등을 앞다퉈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약이 대체로 ‘유치’, ‘육성’ 등 구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방산 클러스터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연구개발·시험평가·인력양성·주민안전 대책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슬그머니 사라지는 전시성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양대근·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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