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재판 노쇼’ 권경애 변호사, 피해자 유족에 6500만원 배상 확정

오유진 기자 2026. 5.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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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애 변호사. /조선DB

학교 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2심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 확정 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 변호사 등이 유족에게 6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유족이 권 변호사를 상대로 청구한 약정금도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학교 폭력 피해자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경애 변호사와 그가 소속됐던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 5월 숨진 박양의 유족이 이듬해 8월 가해자 등을 상대로 “5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이 발단이 됐다. 유족 측 대리인을 맡았던 권 변호사는 2022년 2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같은 해 9~11월 2심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으면서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상 당사자가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2심 판결 선고 이후에도 5개월간 유족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결국 대법원 상고 기간까지 놓치면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권 변호사는 2023년 3월 이씨에게 “2023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매년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권 변호사는 그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유족 측은 2023년 4월 권 변호사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1심은 “담당 변호사로서 소송위임계약에 따라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3회 불출석’으로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 것, 2심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상고 기간을 넘긴 것은 위법성이 중하다”며 권 변호사 등이 유족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유족 측은 이행각서에 명시된 약정금 9000만원 중 3000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2심은 배상액을 6500만원으로 늘리고 권 변호사가 소속됐던 법무법인에 대해서도 별도로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유족의 약정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와 권 변호사가 이행 각서 작성 당시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약정금 지급 조건으로 했는데, 이와 관련해 결국 언론에 보도돼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이행 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유족 측의 약정금 청구를 기각한 데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행 각서에 약정금 지급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 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 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 조건을 이행 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이를 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위자료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권 변호사와 그가 소속됐던 법무법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고 이 부분 상고는 기각해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권 변호사는 이미 확정된 배상금 6500만원 외에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행 각서에 명시된 약정금도 유족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전망이다.

이날 선고 후 박양의 어머니 이씨는 “약정금 청구 부분을 대법원이 인용해 파기환송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권 변호사가 세부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여러 건의 서면으로 제출했는데도 대법원이 이를 전부 기각한 점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이 실수로 환자에게 장애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법원이 수십억원대 (배상) 판결을 내리는데, 권 변호사는 ‘사법 살인’을 했는데 왜 그런 판단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원고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배상 금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 변호사가 대체 어떠한 경위에서 불출석을 하게 됐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날 대법원 판단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진실된 자세로 정확한 불출석 경위를 밝히고 피해 유족과 국민들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며 “그것이 권 변호사의 과오로 인해 실추된 법조계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권 변호사가 수차례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 판결이 확정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법 민사8-2부(재판장 오영상)는 유족의 “심리 일정을 잡아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20일 변론 기일을 열었다. 유족의 패소가 확정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24일 선고 기일을 열고 재판을 재개할지, 아니면 소송 종료를 선언할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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