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판 깔린다…거래소 지분 확보전 가열
은행은 발행·플랫폼·거래소는 유통…디지털자산 주도권 경쟁 본격화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552778-MxRVZOo/20260529104028639wcdz.jpg)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요 주주로 속속 등판하고 있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향후 열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발행과 유통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약 92%를 확보하기로 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달에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둘러싼 지분 투자도 이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율을 9.84%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고, 하나금융 계열도 두나무 지분 6.55% 확보에 나섰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 3사도 두나무 지분 총 4%를 취득하기로 했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코인원 지분 투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거래소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핵심 관문이 될 수 있어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송금, 토큰증권, 실물자산 토큰화 등으로 확장되려면 발행 주체뿐 아니라 유통 채널과 고객 접점이 필요하다. 거래소 지분 확보는 단순 투자라기보다 향후 사업화를 염두에 둔 우군 확보 전략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3대 컨소시엄 완성…은행·플랫폼·거래소 '삼각동맹'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은행이 컨소시엄 지분 51% 이상을 보유해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법제화 과정에서 세부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제도 설계가 일부 바뀌더라도 금융사와 플랫폼, 거래소가 결합하는 파트너십 구도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맡고 플랫폼과 거래소가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같은 구도를 전제로 할 때 향후 국내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지난해 11월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출처=네이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552778-MxRVZOo/20260529105924940uptq.jpg)
이 컨소시엄의 강점은 수요다. 네이버는 국내 온라인 커머스와 간편결제 시장에서 강한 고객 접점을 갖고 있고 두나무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커머스, 결제, 거래소가 결합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유통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계열사의 참여도 변수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두나무 지분 총 4%를 취득하기로 하면서 증권, 정보기술 인프라, 결제 영역의 협업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2025년 10월 미국에서 삼성 월렛과 코인베이스 계정 연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업비트와의 연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카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카드 등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고, 삼성증권은 토큰증권과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카오 컨소시엄'은 접근성이 강점이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중심이 되는 구조가 예상된다. 카카오뱅크가 은행권과 함께 발행을 맡고,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를 기반으로 높은 접근성을 갖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와 송금,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한 금융 서비스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 파트너 확보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제휴 관계가 있는 코인원, 글로벌 거래소 OKX, 바이낸스가 인수한 고팍스 등과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단독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경우 카카오뱅크 중심의 독자 사업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에셋-코빗 컨소시엄'은 거래소를 직접 확보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코빗 지분 약 92%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목적은 디지털자산 기반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디지털자산 거래소 인수 배경과 관련해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토큰화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은 향후 토큰증권, 실물자산 토큰화, 글로벌 투자상품 연동 등으로 디지털자산 사업을 확장할 여지가 크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본격 진출하려면 시중은행과의 제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수단'…제도화 전 선점 기업이 승기
이처럼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투자 목적물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거래,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을 가능케 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발행보다 유통 단계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럽은 가상자산 규제 체계인 MiCA 시행에 들어갔고, 미국도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관련 법제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규제 논의와 맞물려 디지털자산기본법 담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막연히 제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사업화 시점에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발행부터 유통까지 견고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네이버 등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