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중세 순례길서 1200년 전 금·은·보석 무더기 발굴
(지디넷코리아=이정현 미디어연구소)사우디아라비아의 중세 이슬람 순례길 인근에서 약 1200년 전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금, 은, 보석 장신구 더미가 발견됐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발굴된 유물은 금과 은,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가 가득 담긴 토기 형태로, 연구진은 약 1200년 전 메카로 향하던 이슬람 순례자가 묻어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발견된 지명의 이름을 따 해당 유물을 ‘디리야 보물(Diriyah Treasure)’이라고 명명했다. 디리야는 사우디 리야드 외곽에 위치한 유적으로, 과거 이라크 바스라와 사우디 메카를 연결하던 이슬람 순례길의 주요 경유지였다.

사우디 문화유산위원회 소속 고고학자들은 지난 6년간 디리야 유적을 발굴해 왔다. 유기물에 대한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지역은 743~753년 사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이곳에서 석고로 만든 수조와 여러 주거용 건물 벽체를 발견했다. 건물 내부에서는 도자기와 유리 파편 등이 출토됐지만, 특히 100점이 넘는 장신구가 담긴 점토 항아리가 묻혀 있던 사실은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보물이 750년 집권해 1258년 몽골에 의해 멸망한 아바스 칼리프 왕조 초기 시기에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바스 왕조는 이슬람 황금기의 문화·과학 발전을 이끈 왕조로 평가받는다. 당시 세력권은 북아프리카부터 이란에 이르렀으며, 중심지는 아라비아반도와 현재의 이라크 지역이었다. 수도는 바그다드였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경제적·신체적 여건이 되는 성인은 최소 한 번 메카로 ‘하지’라는 성지순례를 떠나야 한다. 아바스 왕조 시기 디리야는 아라비아만 인근 이라크 남부 항구 도시 바스라와 메카를 잇는 순례길의 핵심 거점 역할을 했다.
발굴된 장신구에는 꽃무늬와 기하학적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연구진은 해당 유물이 왜 디리야에 묻혔는지, 실제 순례자의 소유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금을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세공 기법과 양각 장식, 준보석 세팅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숙련된 금속 공예 장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디리야 유적에 대한 추가 발굴과 조사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미디어연구소(jh7253@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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