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래리티법 공방 속…월가, ‘크립토식 정치자금’ 확대

정윤영 2026. 5. 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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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 단체, 정치조직 3곳 출범…AGA 1억달러 모금
페어쉐이크 모델 참고한 정치자금 구조…6개주 광고도 집행
스테이블코인 규제 둘러싼 은행·가상자산 업계 경쟁 본격화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업계 간 로비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월가 금융권이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정치 자금 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美 클래리티법 공방 속…월가도 ‘크립토식 정치자금’ 확대
29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8대 대형 은행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포럼(Financial Services Forum)은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와 이후 선거 국면을 겨냥해 수천만달러 규모 지출을 목표로 한 3개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아메리칸 그로스 얼라이언스(American Growth Alliance·AGA)’는 이번 선거 주기에만 현재까지 약 1억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GA는 중도좌파 성향의 ‘오퍼튜니티 포워드 얼라이언스(Opportunity Forward Alliance)’와 보수 성향의 ‘얼라이언스 포 이코노믹 프리덤(Alliance for Economic Freedom)’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이미 수백만달러를 집행했으며, 올해 말부터 6개 주에서 방영될 정치 광고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키운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 전략을 연상시킨다. 가상자산 업계 대표 정치 조직인 ‘페어쉐이크(Fairshake)’는 2024년 선거 주기 동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이슈 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슈퍼팩)로 성장했다.

워싱턴과 월가 사정에 모두 밝은 정치권 인사 빌 데일리(Bill Daley)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방어할지, 아니면 한발 물러설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며 “이제는 ‘우리도 직접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 대형 은행들은 워싱턴에서 비교적 조용한 로비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3년 규제당국이 이른바 ‘바젤Ⅲ 최종안(Basel III Endgame)’으로 불리는 자본 규제 강화 방안을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행권은 이에 맞서 대규모 로비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가상자산 업계도 정치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자산 약 80억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 내 업계 영향력 확대를 주도했고, 코인베이스는 페어쉐이크의 최대 후원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페어쉐이크는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와 ‘디펜드 아메리칸 잡스(Defend American Jobs)’ 등 제휴 슈퍼팩과 함께 2024년 선거 주기 동안 수십명의 후보를 지원하며 총 1억3500만달러(약 2025억원)를 지출했다. 현재 이들 가운데 20명 이상이 가상자산 감독 관련 의회 위원회에 소속돼 있으며, 최근 1년간 관련 입법 논의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같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도 반영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후속 입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둘러싸고, 업계와 은행권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수익률 형태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다.

스테이블코인 보상은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용자 유치에 유리한 경쟁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은행권은 이를 사실상 고금리 예금과 유사한 상품으로 보면서도, 일반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와 안전장치는 적용받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클래리티 법안 통과 시점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TD코웬 산하 워싱턴 리서치 그룹의 자렛 세이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클래리티법이 법안 통과 시점이 2027년으로 밀릴 예정이며, 최종 규정 시행은 2029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정윤영 (young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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