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의 판교We포럼] 대한민국은 왜 아직도 종이 영수증을 출력하는가?

2026. 5. 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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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지막 종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결제 국가다. 택시는 앱으로 부르고, 은행은 모바일로 이용하며, 음식 주문도 키오스크가 대신한다. AI와 디지털 금융, CBDC와 스테이블코인까지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런데 계산대 앞에서는 아직도 종이가 출력된다. 결제가 끝나자마자 영수증은 자동으로 인쇄된다. 소비자는 그것을 잠깐 바라보다 구겨서 버린다. 대부분의 영수증 수명은 3초를 넘기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150억 장 이상의 종이 영수증이 출력된다. 하지만 정작 전자영수증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왜일까.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자영수증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완성됐다. 카드 결제와 동시에 구매 품목, 수량, 매장 정보까지 모바일로 전송하는 기술도 존재한다. 일부 금융사와 플랫폼은 이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종이를 출력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현재 전자영수증 시스템은 대부분 브랜드별 앱 중심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는 편의점 앱, 마트 앱, 커피 앱을 각각 설치해야 한다. 친환경 포인트를 받기 위해 여러 개의 앱을 깔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탄소 중립을 하려면 앱부터 설치해야 하는 셈이다.

소상공인의 현실은 더 답답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동네 카페와 식당은 다르다. 전자영수증은 친환경 정책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과 관리 부담이 먼저 떠오른다. 결국 탄소중립은 늘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불편으로 시작된다.

이상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거래 증빙은 아직 종이에 의존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 전자영수증을 끊임없이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캠페인은 넘치는데 인프라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서비스는 종이 영수증을 찍어 올리면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친환경을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종이 영수증 출력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종이를 줄이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만 소비하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단순히 종이 낭비가 아니다.

종이영수증은 소비자 보호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환·환불·AS를 위해서는 여전히 품목이 표시된 영수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카드 승인 문자와 간편결제 내역은 결제 금액만 보여줄 뿐 상세 구매 정보는 남기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는: 종이를 받지 않으면 불안하고, 종이를 받으면 버리게 된다. 디지털 시대인데도 가장 기본적인 거래 신뢰 구조가 아직 완전히 전환되지 못한 것이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탄소중립 정책은 여전히 국민의 참여와 희생에 의존한다. 텀블러를 챙기고, 앱을 설치하고,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얼마나 탄소가 감축됐는지 데이터는 제대로 남지 않는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국민의 불편이 아니라 자동화된 시스템이어야 한다. 결제와 동시에 전자영수증이 자동 저장되고, 소비자는 원하는 앱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면 어떨까. 별도의 행동 없이도 탄소 데이터가 축적되고, 소비자 보호와 친환경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이 진짜 디지털 전환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이미AI와 디지털 금융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계산대에서는 아직도 종이가 출력된다. 이제는 종이를 줄일 것인가를 고민할 시대가 아니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왜 우리는 아직도 종이 영수증을 출력하고 있는가.

△판교We포럼 강문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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