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25) 산청 ‘다슬기와 국밥’과 ‘예강’ 카페
남명의 정신과 추억이 깃든 삶
조식 선생 학덕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덕천서원
앞 개울에서 다슬기 잡고 소꿉놀이 하던 기억의 장소
엄마의 그리움이 차려진 맛
잊을 수 없는 어릴 적 고향의 손맛 가득한 ‘다슬기와 국밥’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오월의 따스한 밥상
산과 강이 나란히 흐르는 쉼
작은 서점의 감성과 클래식 선율이 쉬어가는 북카페 ‘예강’
주인장이 직접 만든 수제 차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

다슬기로 끓인 국.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과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옥영숙 시조시인/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으로 원리에는 덕천서원과 세심정이 있다. 덕천서원이 세워질 때 심었다는 수령 45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둘레는 어른 서너 사람이 안아야 할 만큼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순희 시인에게 있어 덕천서원은 그리움의 성소다. 서원 앞을 흐르는 강가로 나가 바구니 가득 다슬기를 잡아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호박 이파리를 소쿠리에 치대서, 감자를 썰어 넣고 다슬깃국을 끓여 주곤 했다.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오월에 시인과 산청 고향 나들이에 동행했다.

모란이 절정인 덕천서원.
◇하순희 시조시인과 함께하는 덕천서원 나들이

세심정 앞에 선 하순희 시인,
하순희 시인에게 문학을 하는 일은 바른 삶을 살아내는 방편이라 여기며 범사에 감사하고 천수천안 보살행에 이를 수 있기를 염원한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서 또 다른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사람이다.

남명 조식 선생의 기개를 품은 덕천서원.
한번 떠나온 고향은 돌아가기가 쉽지 않네/ 마음은 늘 고향 냇가 물소리를 듣는데/
마음은 늘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를 듣는데// 생략~
무슨 말을 더 얹을까. 고향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출생지이자 성장지로 가족 친지가 있는 땅이다.
여름에는 서원 앞에 흐르는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았고 아름드리 은행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소꿉놀이하고 손띠를 만들어 나무 밑동을 재고 놀던 덕천서원이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의 짙은 다슬기국.
◇쌉싸름한 뒷맛을 머금은 ‘다슬기와 국밥’
산청 출신 하순희 시인과 거창 출신인 김태중 밀양교육장은 부부 교사로 정년퇴임했다. 김태중 교육장은 퇴임 후 뿌리의 정체성을 지닌 종가가 있는 거창 방문이 잦았다. 부부가 고향을 다녀오면 중간 기착지로 산청에 있는 이곳 ‘다슬기와 국밥’에서 종종 식사를 했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 전경.
하순희 시인은 유년 시절 다슬기 알맹이를 까서 다슬깃국과 부추전을 부쳐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그 맛은 잊을 수 없어 가끔 찾는 ‘다슬기와 국밥’이다.
다슬기는 물살이 센 강의 돌 틈에 무리 지어 서식한다.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 및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 해장음식이나 보양식 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식당을 운영하는 신영주 대표는 다슬기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간 기능 회복과 독성 배출에 탁월하다며 전통 보양식 재료로 민물의 웅담이라며 말한다.
이곳은 상차림이 정결하고 소담스럽다. 무엇보다 갈색이 짙은 오동통한 다슬기를 담은 접시가 놓여있다. 밥과 국이 나올 때까지 이쑤시개를 도구로 돌돌 말아 뽑아먹으면 된다. 작고 짙은 다슬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놀이처럼 빼먹는 재미가 있다. 간장게장, 갓김치, 마늘종볶음, 삼색나물로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다. 두릅이며 엄나무 순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향기로운 계절 별미도 놓인다. 또한 처음 먹어 본 짭조름한 바다향이 우러나는 미더덕장아찌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맛깔스럽고 품격 있는 밥상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밥은 돌솥밥으로 콩 두 알이 놓인 뽀얀 쌀밥이다. 구수한 밥 냄새가 참 좋다. 밥을 공기에 퍼 담고 물을 부어 누룽지를 불린다. 따뜻한 돌솥밥이 주는 온기가 찰지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서 잡는 100% 자연산이다. 검거나 짙은 갈색의 껍질에서 분리된 다슬기는 푸른 옥색의 살만 남아 푸른 물로 흥건하다. 그냥 먹으면 비릿한 맛이 나고 끝맛은 쌉싸름하다. 다슬기 채취하느라고 허리디스크를 남겼지만 민물의 웅담이라는 다슬기는 여러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건강을 지켜낸 식재료다. 다슬기 요리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된장을 넣거나 맑게 끓이는 곳도 있고 산초 열매나, 방아잎을 넣어 먹는 곳도 있다. 어린 다슬기는 팍팍 문질러서 푸른 물을 우려내 냉국으로 빛깔을 내기도 한다. 현대인의 지친 간세포에서 담즙을 촉진하고 간 손상을 완화하는 다슬기는 식도락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건강 보양식이다.

카페 ‘예강(藝江)’의 망고애플쥬스.

카페 ‘예강(藝江)’의 유기농 케모마일.
◇강과 음악이 나란히 흐르는 카페 예강(藝江)

카페 ‘예강(藝江)’ 전경.
이 카페를 추천했던 김태근 낭송가는 파스타랑 고르곤졸라 피자 등으로 간편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 있는 북카페라고 한다. 조용히 머물다 가도 좋을 카페 예강이다.
예강은 매월 첫째 월요일이 휴무로 산청군 신안면 원지로 122번길 28-5에 있다.

카페 ‘예강(藝江)’의 가래떡.
하얀 가래떡에 꿀을 끼얹어 꾸미로 올린 크랜베리가 일품이다. 열매가 달릴 때 가지 모양이 학(crane)을 닮아서 ‘크랜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로 매우 유명한 식재료다. 붉은 색감이 가래떡과 잘 어울렸다. 재료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점인가 카페인가. 판매용 책들과 북카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머물러 있기 좋은 카페다. 벽면에 다녀간 손님들의 소소한 메모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붙어 있는 숱한 포스트잇은 많은 이들이 짧은 글로 남겨둔 그들의 흔적이다.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藝(재주 예)는 식물을 심고 가꾼다는 뜻의 회의자다. 사람이 양손에 풀이나 나무를 든 채로 무릎을 꿇고 정원을 가꾸는 모습에서 재주 기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江)자는 본래 중국의 장강(양쯔강)만을 가리키던 글자였으나 그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모든 강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다시 찾은 카페 예강에서 애플망고 주스를 마신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여전히 흐르는 강을 보며 가볍게 쉬었다 간다. 서두르지 않고 멈춤도 없으면서 끝내는 바다에 가닿는 강의 흐름을 읽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위로 같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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