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25) 산청 ‘다슬기와 국밥’과 ‘예강’ 카페

knnews 2026. 5. 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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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슬기로운 산청

남명의 정신과 추억이 깃든 삶

조식 선생 학덕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덕천서원
앞 개울에서 다슬기 잡고 소꿉놀이 하던 기억의 장소

엄마의 그리움이 차려진 맛

잊을 수 없는 어릴 적 고향의 손맛 가득한 ‘다슬기와 국밥’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오월의 따스한 밥상

산과 강이 나란히 흐르는 쉼

작은 서점의 감성과 클래식 선율이 쉬어가는 북카페 ‘예강’
주인장이 직접 만든 수제 차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


산청을 대표하는 인물 중 남명 조식 선생은 합천군 삼가면 토골에서 태어났다. 61세에 산청군 덕산으로 옮겨와 산천재를 짓고 학문 연구와 후진을 양성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11년간 산청지역 사람으로 살면서 72세이던 1572년 2월 덕산에 위치한 산천재(山天齋)에서 운명했다. 산천재는 남명 사상이 오롯이 전해지는 유서 깊은 현장으로 임진왜란 때 많은 의병장과 수많은 후학들을 배출한 실천유학과 구국의 산실이다.
다슬기로 끓인 국.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과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옥영숙 시조시인/

다슬기로 끓인 국.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과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옥영숙 시조시인/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으로 원리에는 덕천서원과 세심정이 있다. 덕천서원이 세워질 때 심었다는 수령 45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둘레는 어른 서너 사람이 안아야 할 만큼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순희 시인에게 있어 덕천서원은 그리움의 성소다. 서원 앞을 흐르는 강가로 나가 바구니 가득 다슬기를 잡아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호박 이파리를 소쿠리에 치대서, 감자를 썰어 넣고 다슬깃국을 끓여 주곤 했다.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오월에 시인과 산청 고향 나들이에 동행했다.


모란이 절정인 덕천서원.

모란이 절정인 덕천서원.

◇하순희 시조시인과 함께하는 덕천서원 나들이

덕천서원이 있던 원리에서 태어난 하순희 시조시인이다. 산청 출신으로 1989년 ‘시조문학’ 천료, 경남신문(1991년)과 서울신문(1992년)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시조집 ‘별 하나를 기다리며’, ‘적멸을 꿈꾸며’, ‘종가의 불빛’, ‘청자화병’, 동시조집 ‘잘한다 잘한다 정말’ 등을 펴냈다. 경남시조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산해원문화상, 이호우이영도문학상 등을 받았다.
세심정 앞에 선 하순희 시인,

세심정 앞에 선 하순희 시인,

하순희 시인에게 문학을 하는 일은 바른 삶을 살아내는 방편이라 여기며 범사에 감사하고 천수천안 보살행에 이를 수 있기를 염원한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서 또 다른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어머니와 관련된 작품들을 통해 도발적인 여성성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반듯하고 포용력 있는 삶을 추구하는 내면적 성찰이 인상적이다. 종가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여성의 삶을 통해 스스로 전통의 일부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순희 시인의 시를 통해 ‘내 고향 산청’은 이렇게 말한다.
남명 조식 선생의 기개를 품은 덕천서원.

남명 조식 선생의 기개를 품은 덕천서원.

한번 떠나온 고향은 돌아가기가 쉽지 않네/ 마음은 늘 고향 냇가 물소리를 듣는데/

마음은 늘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를 듣는데// 생략~

무슨 말을 더 얹을까. 고향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출생지이자 성장지로 가족 친지가 있는 땅이다.

여름에는 서원 앞에 흐르는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았고 아름드리 은행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소꿉놀이하고 손띠를 만들어 나무 밑동을 재고 놀던 덕천서원이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의 짙은 다슬기국.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의 짙은 다슬기국.

◇쌉싸름한 뒷맛을 머금은 ‘다슬기와 국밥’

산청 출신 하순희 시인과 거창 출신인 김태중 밀양교육장은 부부 교사로 정년퇴임했다. 김태중 교육장은 퇴임 후 뿌리의 정체성을 지닌 종가가 있는 거창 방문이 잦았다. 부부가 고향을 다녀오면 중간 기착지로 산청에 있는 이곳 ‘다슬기와 국밥’에서 종종 식사를 했다.

다슬기는 표준말이고 옛말은 ‘배틀조개’로,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경남에서는 민물고동,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올뱅이 등으로 불린다. 충청지역에서는 다슬기를 이용한 올갱이국이 유명하다. 우리는 소래고동, 고딩이가 더 익숙한 이름이다. 군위지역에서는 논고동과 구별 짓는 사고디라며 식당 메뉴판에도 ‘사고디’라 적혀 있다고 한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 전경.

산청 ‘다슬기와 국밥’ 식당 전경.

하순희 시인은 유년 시절 다슬기 알맹이를 까서 다슬깃국과 부추전을 부쳐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그 맛은 잊을 수 없어 가끔 찾는 ‘다슬기와 국밥’이다.

다슬기는 물살이 센 강의 돌 틈에 무리 지어 서식한다.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 및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 해장음식이나 보양식 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어릴 때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는 간식거리로 삶은 연근과 다슬기 등을 팔았다. 방과 후 집까지 오는 길에 돌돌 말린 신문지에 받아 든 다슬기를 입김으로 쪽쪽 빨거나 옷핀 같은 것으로 뽑아 먹었다. 잘 삶아진 짭조름한 다슬기를 쭉 빨면 입천장에 턱 붙었다. 때때로 다슬기 딱지가 이에 붙어 검은 이의 영구놀이도 하던 추억의 간식거리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식당을 운영하는 신영주 대표는 다슬기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간 기능 회복과 독성 배출에 탁월하다며 전통 보양식 재료로 민물의 웅담이라며 말한다.

이곳은 상차림이 정결하고 소담스럽다. 무엇보다 갈색이 짙은 오동통한 다슬기를 담은 접시가 놓여있다. 밥과 국이 나올 때까지 이쑤시개를 도구로 돌돌 말아 뽑아먹으면 된다. 작고 짙은 다슬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놀이처럼 빼먹는 재미가 있다. 간장게장, 갓김치, 마늘종볶음, 삼색나물로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다. 두릅이며 엄나무 순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향기로운 계절 별미도 놓인다. 또한 처음 먹어 본 짭조름한 바다향이 우러나는 미더덕장아찌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맛깔스럽고 품격 있는 밥상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밥은 돌솥밥으로 콩 두 알이 놓인 뽀얀 쌀밥이다. 구수한 밥 냄새가 참 좋다. 밥을 공기에 퍼 담고 물을 부어 누룽지를 불린다. 따뜻한 돌솥밥이 주는 온기가 찰지다.

다슬깃국은 고명으로 마늘과 땡초 다짐이 나와 있어 취향껏 가미해서 먹으면 된다. 짙은 녹색의 국물과 부추를 고명으로 올린 다슬깃국은 재료 본래의 맛으로 짙고 여운이 길다. 별다른 간을 하지 않은 탕이었기 때문에 본연의 식재료 맛을 느낄 수 있다. 나물밥에 양념장을 끼얹거나 곱창김에 취향껏 싸 먹을 수 있다. 상차림이 고급스럽다. 생선구이도 맛깔스럽게 놓여 있다. 오늘은 빨간 고기지만 가자미, 꽁치 등으로 그때그때 바뀐다고 한다.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산청 ‘다슬기와 국밥’ 솥밥 다슬기 정식 상차림.
초여름이 되면 덕천강 주변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강바닥을 잘 볼 수 있도록 유리판을 댄 바구니와 다슬기를 넣을 비닐봉지만 있으면 그만이다. 다슬기는 맑은 날보다 흐린 날 활동하기를 좋아한다. 맑은 날은 돌 밑에 숨어 있어 돌을 들어 잡고, 흐린 날이나 밤에는 돌에서 기어 나온 다슬기를 주워 담으면 된다.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지만, 강은 그 깊이를 떠나 위험하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 잡는 100% 자연산이다.

‘다슬기와 국밥’의 다슬기는 주인이 강에 직접 들어가서 잡는 100% 자연산이다. 검거나 짙은 갈색의 껍질에서 분리된 다슬기는 푸른 옥색의 살만 남아 푸른 물로 흥건하다. 그냥 먹으면 비릿한 맛이 나고 끝맛은 쌉싸름하다. 다슬기 채취하느라고 허리디스크를 남겼지만 민물의 웅담이라는 다슬기는 여러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건강을 지켜낸 식재료다. 다슬기 요리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된장을 넣거나 맑게 끓이는 곳도 있고 산초 열매나, 방아잎을 넣어 먹는 곳도 있다. 어린 다슬기는 팍팍 문질러서 푸른 물을 우려내 냉국으로 빛깔을 내기도 한다. 현대인의 지친 간세포에서 담즙을 촉진하고 간 손상을 완화하는 다슬기는 식도락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건강 보양식이다.


카페 ‘예강(藝江)’의 망고애플쥬스.

카페 ‘예강(藝江)’의 망고애플쥬스.
카페 ‘예강(藝江)’의 유기농 케모마일.

카페 ‘예강(藝江)’의 유기농 케모마일.

◇강과 음악이 나란히 흐르는 카페 예강(藝江)

산과 강이 나란히 흐르는 곳, 아름다운 풍경 속에 놓여있는 북 카페 예강이다. 작은 서점의 감성과 클래식이 흐르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오랫동안 듣고 즐겼을 엄청난 양의 LP판과 CD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테리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음악을 접하는 절대적인 물품인 듯하다. 홀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장작 난로를 보면서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오를 전경을 그려보았다. 겨울에는 참 운치 있는 따뜻함과 장작이 타는 향과 함께 훈훈한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였다.
카페 ‘예강(藝江)’ 전경.

카페 ‘예강(藝江)’ 전경.

이 카페를 추천했던 김태근 낭송가는 파스타랑 고르곤졸라 피자 등으로 간편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 있는 북카페라고 한다. 조용히 머물다 가도 좋을 카페 예강이다.

예강은 매월 첫째 월요일이 휴무로 산청군 신안면 원지로 122번길 28-5에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실내 분위기가 고즈넉이 참 좋다. 우리는 커피와 유기농 케모마일, 카페라테와 가래떡을 시켰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커피시간이라며 김태중 교육장이 찻값을 계산했다.
카페 ‘예강(藝江)’의 가래떡.

카페 ‘예강(藝江)’의 가래떡.

하얀 가래떡에 꿀을 끼얹어 꾸미로 올린 크랜베리가 일품이다. 열매가 달릴 때 가지 모양이 학(crane)을 닮아서 ‘크랜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에 곁들이는 소스로 매우 유명한 식재료다. 붉은 색감이 가래떡과 잘 어울렸다. 재료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점인가 카페인가. 판매용 책들과 북카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머물러 있기 좋은 카페다. 벽면에 다녀간 손님들의 소소한 메모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붙어 있는 숱한 포스트잇은 많은 이들이 짧은 글로 남겨둔 그들의 흔적이다.

생강차, 대추차는 국산 재료로 직접 만든 수제 음료다. 차분하게 앞강을 보면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이 참 편안하다. 강물이 흐르고 세월도 시간도 삶도 흘러가는 예강이다. 무인 결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일상에서, 메뉴판에서 직접 음료를 고르고 주인과 대면하면서 주문하고 음료와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는 곳이다. 셀프 픽업에 익숙한 필자에게 예스러운 아날로그 감성이 일어났다. 공간마다 안정감을 느끼게 배려한 공감이 참 좋다. 간단한 주전부리 쌀과자도 나왔다.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카페 ‘예강(藝江)’ 내부 전경.

藝(재주 예)는 식물을 심고 가꾼다는 뜻의 회의자다. 사람이 양손에 풀이나 나무를 든 채로 무릎을 꿇고 정원을 가꾸는 모습에서 재주 기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江)자는 본래 중국의 장강(양쯔강)만을 가리키던 글자였으나 그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모든 강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다시 찾은 카페 예강에서 애플망고 주스를 마신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여전히 흐르는 강을 보며 가볍게 쉬었다 간다. 서두르지 않고 멈춤도 없으면서 끝내는 바다에 가닿는 강의 흐름을 읽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위로 같다.

하순희 시조시인의 고향 산청은 ‘언젠가 나 돌아가 그 흙내음 맡고 싶어/풀냄새 바람소리 물소리 소쩍새 소리/잊은 듯 되살아오는 그 얼굴 보고 싶어’ 찾는 곳이다. 유록색 은행나무가 살랑거리는 덕천서원은 모란꽃이 절정이다. 덕천강으로 흘러가던 다슬기 잡던 봇도랑은 메워지고, 노거수 그늘 아래 친구들과 나누던 웃음소리는 새잎으로 돋아나 바람 한 줄기에 푸른 잎으로 흔들렸다.
산청 다슬기와국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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