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큰손’이 돌아섰다”...국민연금, 국내 채권 점진적 축소 방침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 투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됐는데, ‘큰손’인 국민연금의 매수세마저 줄어들게 되면서다.
◇국민연금, 국내 채권 비율 줄이기로
지난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제5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하면서 국내 채권 목표 비율을 23.1%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비율인 24.9%에서 1.8%포인트 내렸다. 내년에는 여기서 1.3%포인트 더 낮춰 비율을 21.8%까지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을 14.9%에서 20.8%로 대폭 올렸는데, 이를 위해 국내 채권, 해외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 비율을 줄인 결과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채권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투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금의 국내 채권 보유 비율은 18.5%였다. 기존 자산 배분 계획대로라면 채권 비율을 24.9%까지 맞추기 위해 채권을 더 사들였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전술적 자산 배분과 전략적 자산 배분에 따른 7%포인트 변동 여지를 적용하면 올해 16.1%까지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이날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던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메시지도 채권시장에 찬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신 총재는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런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물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데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경제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에 이날 서울 채권 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55%포인트 오른 연 3.766%, 10년물 금리는 0.045%포인트 뛴 4.147%를 기록하는 등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채권시장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이날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 거래 잔고는 231조672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채권 대차 거래 잔고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84조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5개월 만에 약 48조원 불어났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최근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금융 위기 직전 수준인 5%를 넘어서면서 투자 심리가 꺾였는데, 하루에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과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 축소 방침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 채권은 확장 재정과 경기 모멘텀 강화 부담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비중 확대 없이 위험 관리 목적의 최소 비중을 유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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