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금·백지원, 조연 아닌 장르됐다…신스틸러 흥행 치트키 [TEN피플]
[텐아시아=박의진 기자]

강말금, 백지원 등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온 여성 배우들이 화면 안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두 배우 모두 연극 무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다 비교적 늦은 시기에 매체 연기를 본격화했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며 비중을 넘어서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강말금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영화사 대표이자 경세(오정세 분)의 아내 고혜진 역을 맡았다. 일 앞에서는 냉철하고 프로페셔널한 인물이지만, 남편 경세와의 균열 속에서는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모자무싸'는 강말금의 재발견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그의 연기력과 존재감이 빛난 작품이었다. 특히 11회에서 고혜진이 남편 경세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에게 날카롭게 말을 건네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고혜진은 아내로서는 무너졌지만, 영화 제작자로서는 경세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강말금은 인물의 분노를 직접적으로 터뜨리기보다 대사를 눌러 말하며 감정을 절제했다. 오히려 그 절제가 혜진의 무너진 내면을 더 깊게 전달했다.
강말금은 그간 '옷소매 붉은 끝동', '나쁜엄마', '경성크리처',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도 개성 강한 인물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부산 여인숙 주인으로 등장해 푸근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별출연임에도 짧은 등장만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백지원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현재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신서리(임지연 분) 소속사 대표 홍부선 역으로 활약 중이다. 신서리와 윤지효(이세희 분)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 대표의 현실적인 고충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풀어내며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백지원은 '멜로가 체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안나', '폭싹 속았수다' 등 다양한 작품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친근하고 생활감 있는 인물부터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권력자까지,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과 말투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과장 없는 현실 연기다. 일상적인 말투와 표정, 작은 행동만으로도 주변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물을 만들어낸다.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캐릭터 안으로 스며드는 방식으로 극의 현실감을 높이고, 짧은 등장만으로도 주연 배우들의 감정선까지 살려낸다.
연극 무대에서 오랜 시간 다져온 기본기 역시 이들의 강점이다. 대사 처리, 호흡, 리듬, 감정의 밀도를 조율하는 힘이 화면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강말금과 백지원은 제한적으로 소비되기 쉬운 중년 여성 캐릭터 안에서도 매번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며 '믿고 보는 신스틸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활약은 조연의 기능을 넘어, 작품의 결을 바꾸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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