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최고 30만엔”… 도박 빚 빠졌던 日 중년 남성이 길거리 노숙 청산한 ‘비결’
韓 소셜미디어서도 화제 돼 관광객들 ‘성지 순례’
신주쿠 호스트도 ‘칭찬 비결 배우고 싶다’며 찾아
“스고쿠 호메마스(すごくほめます·칭찬해 드립니다)."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의 버스 터미널 앞. 차도 쪽에 선 중년 남성이 든 낡은 골판지에 투박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퇴근길 인파 속에서 1시간 반 남짓 흘렀을 무렵, 일본인 청년 세 명이 남성 앞 쇼핑백에 100엔(약 940원)짜리 동전을 넣었다. 남성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입에선 행인들이 일제히 뒤돌아볼 만큼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년들은 보기만 해도 씩씩하고 사교성이 넘치네요! 체격이 참 좋은데 혹시 운동합니까?” 청년들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아니요”라고 하자 남성은 말을 이어 갔다. “운동도 안 하는데 그런 체격을 타고나다니 대단하네요! 젊은 친구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다니는 걸 보니 아저씨가 다 흐뭇합니다.”
이 남성은 5년째 일본 전국을 누비고 있는 ‘호메마스 오지상(칭찬 아저씨)’이다. 정해진 값은 없지만, 누구든 돈을 건네면 약 1분 동안 그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칭찬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그에게 칭찬받았다는 인증 글이 소셜미디어에 끊이지 않을 만큼 일본에선 명물로 통한다.

최근 한 한국인이 칭찬받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은 뒤로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그의 출몰 지역을 찾아다니는 ‘성지 순례’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날 신주쿠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지상’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뒤 전체 손님의 10%가 한국인일 정도로 늘었다”며 “한국인은 패션 감각이 세련되고 피부도 좋아 단번에 칭찬할 거리가 눈에 띈다”고 했다.
처음 본 사람을 곧장 칭찬하는 순발력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처음엔 유튜브에서 ‘칭찬하는 법’을 찾아보며 혼자 연구를 거듭했다”고 했다. “이제는 얼굴 표정이나 옷차림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부터 시작해 반응을 살피며 성격을 파악하는 요령이 생겼지요.”

지금까지 일본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34곳을 방문하며 유명 인사가 됐지만, 그의 삶은 짙은 그림자의 연속이었다. 올해 44세인 그는 열아홉 살 무렵 친구 따라 간 파친코에서 도박의 늪에 빠졌다. 건설 현장 등을 전전하며 버는 돈을 족족 도박에 탕진해 한때 빚이 600만엔(약 5700만원)까지 불어났다. 고향 도치기현에 살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마저 압류당했다. 결국 그는 빚더미에 앉은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벼랑 끝에 몰린 2021년 12월 30일, 수중에 남은 돈이 600엔뿐이었던 그는 거리로 나섰다. “어릴 적부터 길거리 활동가들을 동경했어요. 밑바닥까지 떨어졌으니 차라리 하고 싶었던 걸 해보자고 결심했죠.” 많은 일 중에 왜 ‘칭찬’이었을까. 그는 “가진 재주가 없는 내가 당장 할 수 있고, 실패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칭찬뿐이었다”고 했다.
하루에 많게는 50명을 칭찬하며 월 최고 30만엔의 수입을 올렸고, 작년 4월엔 도쿄 근교에 작은 거처도 마련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막차 끊기기 전까지, 발길 닿는 번화가에 자리를 펴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손님은 3년 전 정장 차림으로 온 청각장애인 취업 준비생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에 “귀가 안 들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격려해 달라”고 적어 보여준 그에게 오지상 역시 메모로 답했다. “아가씨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믿는 길로 곧장 나아가세요.”
신주쿠 유흥업소 남성 직원들이 칭찬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며 단체로 찾아오는가 하면, 홋카이도에서 온 젊은 여성이 “큰 힘이 됐다”며 3만엔을 선뜻 건넨 적도 있다. 오지상은 “요즘엔 타인에게 ‘마운트를 잡으려고(우위에 서려고)’ 깎아내리는 사람은 많아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누구든 한 걸음 나아가려면 타인의 인정과 격려가 필요한 법이에요. 전국 방방곡곡에 칭찬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게 소박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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