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우상향의 끝 예단 어려워… 2025년 기점으로 급변”

반도체 전문가인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을 이같이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너무 빠르게 파괴적으로 혁신되다 보니 AI 인프라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메모리 기업의 실적도 전망이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많은 전문가가 2026년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자본적 지출(CAPEX) 증가율을 8~9%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70% 이상 늘고 있다"며 "지금은 어차피 틀릴 전망치를 보고 투자할 게 아니라 메모리 수출 증가율, 금리, 물가상승률 등 데이터를 보고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버블, 반도체 실전 투자법'을 쓴 이 대표에게 메모리 산업 투자 방법을 물었다.
"시장 데이터 보고 대응하는 투자 바람직"
메모리 기업에 투자할 때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가."열흘 단위로 공개되는 전년 대비 메모리 수출 증가율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D램은 300%대를 계속 유지 중이고, 낸드플래시도 200%대에서 꺾이지 않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역시 꾸준히 100%를 넘는다. 이 증가율이 반토막 나면 그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 고객사나 유통업체에 재고가 늘어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리와 물가상승률도 잘 확인해야 한다고.
"금리가 올라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줄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통상 분기당 450억 달러(약 67조7000억 원)였던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잉여현금흐름 합산액이 올해 1분기 40억 달러(약 6조 원)로 감소했다. 앞으로는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대출을 받아 AI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려면 물가 상승이 통제돼야 한다. 즉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해결돼 유가가 내려야 금리도 낮아지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갈등이 봉합되고 금리가 낮아지는 동시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를 추가 발행하며 감세와 재정 투입 정책을 쓴다면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럼 메모리 기업 주가는 또 급등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PBR (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이 아닌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관점에서 추정하는 국내외 증권사가 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성격이 표준형에서 주문형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이었다. 표준화돼 있어 미리 만들어놓고 판다는 의미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경기 순환에 따라 재고가 적어지면 가격이 급등하고 재고가 많아지면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가격 변동성에 따라 함께 출렁이는 기업 실적이 아닌, 변함없는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해왔다.
AI 혁명으로 등장한 HBM은 정해진 표준에 따라 미리 만들어두지 않는다. 엔비디아라는 고객이 주문하는 대로 계약한 물량만큼만 만든다. 재고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메모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HBM이 전체 메모리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들어 비트(bit) 기준 10%, 판매액 기준 50%에 육박하면서 이제는 메모리 회사를 PER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주문형 메모리는 HBM뿐인가.
"소캠(SOCAMM)도 엔비디아가 설계하고 요구하는 대로 만드는 주문형 메모리다. 엔비디아가 기존 '그레이스 CPU(중앙처리장치)'에는 범용 D램인 LPDDR5X를 썼는데 다음 버전인 '베라 CPU'에는 소캠이라는 새 프로토콜을 사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소캠 시장 주도권을 두고 공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호르무즈 갈등 봉합되면 메모리 주가 더 오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5월 15일 "TSMC처럼 삼성전자에도 PER 20배를 적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는데."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PER 5~6배 수준이다. 우선 메모리가 성장 산업으로 인정받아 PER 10배에 도달하는 것부터 목표로 하는 게 좋겠다. 다만 PER 20배를 주장하는 근거에는 공감한다. TSMC의 파운드리 사업도 과거에는 지금처럼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지 못했다. 2019년 이전까지 15년간 TSMC의 웨이퍼당 ASP(평균 판매 가격) 상승률이 1%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로 가격이 연간 15%씩 오르기 시작하면서 멀티플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회사도 2025년을 기점으로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아직 메모리 산업이 경기 순환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PBR로 평가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 전체 D램 수요 시장에서 HBM 등 AI 서버용 D램의 비중이 60~70%에 육박한다. 전체 낸드플래시 수요 시장에서도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 서버용 낸드플래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서버용 메모리 비중이 올해와 내년을 지나면서 계속 커지면 경기 순환이 메모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AI 인프라는 경기가 어렵다고 투자를 멈출 수는 없는 성장 산업이기 때문이다. 범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고객사와 월이나 분기 단위로 맺던 공급계약을 3~5년 단위로 체결하고 있는 것도 경기 순환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AI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구글 같은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반도체 구매 최고 담당자를 기존 실리콘밸리 출신이 아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다. 미국인보다 전직 회사 선배들이 가서 함께 술 마시고 울기도 해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메모리 생산 담당자들이 제품을 더 잘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미국 빅테크에는 한국의 사장급인 펠로 엔지니어, 그 아래에 차례로 수석 엔지니어와 시니어 엔지니어가 있는데, 최근 수석 엔지니어급에 한국 사람이 채용되고 있다. 수석 엔지니어는 의사 결정 권한이 아주 크다."
"D램 부족에 중국 스마트폰 회사 망할 위기"
메모리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을까."그렇다. 엔비디아가 2027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총이익률을 75%로 제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0.8%)보다 14.2%p 상승했다. 엔비디아가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으니 메모리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더 높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 등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올해 투자하기로 한 CAPEX 규모를 상향하면서 그 이유로 메모리 가격 상승을 꼽은 것도 메모리 가격 추가 상승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CAPEX 규모를 본래 7000억 달러(약 1053조4300억 원)에서 7250억~8000억 달러로 늘렸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원년인 2023년까지만 해도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전체 투자 금액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7%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30%를 넘었고 50%까지도 늘어날 수 있으리라 본다."
엔비디아가 베라 CPU 시장 규모를 2027 회계연도 기준 200억 달러(약 30조 원)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바일에 사용하는 전체 LPDDR D램 수요를 뛰어넘는 양을 내년에 베라 CPU가 쓰게 된다. 그간 그레이스 CPU가 사용된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GB200 NVL72'에는 메모리가 17TB(테라바이트) 들어갔다. 차세대 베라 CPU가 쓰인 'VR200 NVL72'에는 메모리가 54TB 필요하다. 필요한 메모리 양이 3배 늘어난 것이다. 베라 CPU용 메모리로는 LPDDR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소캠이 들어간다. 내년에 전체 모바일용 LPDDR 수요의 36%를 베라 CPU가 쓰게 되는 것이다. 2분기에 LPDDR 가격이 급등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기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한 모바일 D램을 마진율 축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불문하고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D램을 구하지 못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전략이다. 앞으로 중고 제품에서 D램을 뜯어 새 제품에 붙여 파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많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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