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혈변에 체중 감소까지? 3개월 넘었다면 '이 병' 의심

배가 자주 아프거나 설사를 여러 번 반복하면 흔히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복통·설사에 체중 감소나 혈변이 동반되고, 특별한 원인 없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장 트러블이 아닌,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초기 증상이 흔한 장 질환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장 손상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서구에서 흔한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대장염·크론병 환자 수는 2020년 7만3598명에서 2024년 9만6760명으로 4년 새 31.5% 늘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많아진 데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생활환경 변화, 면역체계 이상 등이 꼽힌다. 여기에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대장내시경 검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장염, 과민성 장증후군인 줄 알고 방치했던 환자들이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늘었다.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만성 염증 질환이다.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염증이 생기는 부위와 증상 양상은 다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어 병변 범위가 넓고 증상도 다양하다. 복통, 설사, 체중 감소가 주요 증상이며, 항문 통증이나 잘 낫지 않는 치열·치루·항문 주위 농양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10~30대 젊은 층에서 원인 모를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거나 체중 감소, 항문 주위 질환이 함께 나타난다면 크론병 가능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 국한해 나타나며, 주로 직장에서 시작해 위쪽 대장으로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대표 증상은 혈변이며, 복통과 설사, 대변을 참기 어려운 절박감, 변을 보고도 시원하지 않은 후중감, 빈혈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혈변이 반복되면 치질로 오인하기 쉽지만, 항문질환이 없는데도 혈변이 지속된다면 궤양성대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보다는 증상 없는 상태, 즉 '관해'를 유지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환자의 증상과 염증 정도, 질환의 범위 등을 고려해 5-ASA 제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단계적으로 사용한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5-ASA 제제로 관해를 유도하고 유지한다.
증상이 중등도 이상이거나 기존 치료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특정 물질을 차단하는 치료제다. TNF-α 억제제 등 다양한 약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환자의 상태와 질환 양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한다.
최근엔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요법도 주목받는다. 특히 크론병에서는 특정 식품을 제한하거나 영양식을 활용하는 식사 제한요법·경장영양요법이 일부 환자의 관해 유도와 증상 조절에 도움 될 수 있다. 다만 식사요법은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방법은 아니며,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무리하게 식단을 제한하면 질환 악화, 영양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한 번 진단받으면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꾸준히 치료하고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면 증상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발·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차 교수는 "조기 진단을 통해 염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게 장기 예후에 중요하다"며 "특별한 원인 없이 설사, 복통, 체중 감소, 혈변이 3개월 이상 반복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하고 소화기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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