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치예보, 방정식에 AI 기술을 품다

2026. 5. 29. 0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융합 기상 예측 기술' 고도화
기후위기 시대 국민안전 보호
이미선 기상청장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곤 한다. 매일 당연하게 확인하는 이 날씨 정보 뒤에는 수십 년에 걸친 과학과 기술의 축적이 담겨 있고, 그 중심에는 '수치예보'가 있다.

수치예보는 대기의 움직임을 물리방정식으로 풀어 미래의 날씨를 계산하는 기술이다. 지구를 촘촘한 격자로 나누고, 그 안에서 기온, 바람, 습도 등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계산한다. 방정식을 통해 날씨를 산출하기 때문에 '방정식의 과학'이라고도 불린다.

이 기술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이 수치예보모델이며, 수치예보모델은 1950년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고도화됐다.

우리나라는 출발은 늦었지만, 2011년부터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착수하여 약 9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20년부터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현업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기상을 예측하는 전지구 수치예보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기상 선진국으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기상 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기상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미래를 선도할 혁신적인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 화웨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내놓은 AI 기상예측모델은 기존 수치예보가 수 시간 걸리던 계산을 단 몇 분 만에 수행하며 수치예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수행속도뿐만 아니라 태풍 진로 예측 등 일부 기상 예측 성능 측면에서도 몇몇 AI 기상예측모델은 기존 수치예보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전통적인 수치예보 기술은 과학에 기반한 기상 예측을 견인해 왔으나, 최근 발전속도가 둔화되며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등장한 AI 기술은 수치예보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기술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 기술 역시 만능은 아니다. AI 기상예측모델이 예측 성능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는 있으나, 집중호우, 폭설 등과 같은 극단적인 위험 기상에 대한 예측 능력은 물리 법칙에 근거한 수치예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결국 수치예보의 물리적 정밀함과 AI 기상예측모델의 계산 효율성을 결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상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두 기술의 융합을 통한 상승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치예보가 물리 법칙으로 생성한 정교한 입력값을 활용해 AI 기상예측모델을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수치예보모델수행이 끝난 후 AI 기술을 이용해 수치예보모델의 오차를 한 번 더 정밀하게 보정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상 예측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수치예보와 AI 기술의 융합은 미래 기상 예측의 지형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술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예보 전반의 정확도 향상과 더불어, 과거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국지적이고 급격한 기상 변화를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치예보의 과학적 인과관계 위에 AI 기술의 데이터 통찰력이 더해진 '융합 기상 예측 기술'은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최적 대응 시간은 재난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기상청은 기후위기 극복과 대국민 기상서비스 개선을 위한 미래 기술의 핵심인 수치예보와 AI 기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