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원 없이 이야기하세요 [사람IN]

장일호 기자 2026. 5. 2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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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고독사 연구자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가 5월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딜리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흥구

영정 앞에서 ‘프리 선언’을 했다. 3일장을 치르던 둘째 날이었다. 어머니 영정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결심이 섰다. “엄마, 나 사표 낼게.” 어쩐지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송인주씨(54)는 이듬해인 2025년 서울시복지재단을 떠났다. 11년 6개월 만이었다. 송씨는 한국 사회 고독사 연구 및 정책 개발의 기틀을 닦은 연구자다. 고독사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피할 수 없다. 사회적 부검 방식으로 고독사를 연구해온 송씨가 내놓은 논문은 수많은 연구자의 참고 문헌이 되었다. 덕분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 만들어지고 정부의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도 나왔다.

할 만큼 했다는 후련한 마음 한편에 또 다른 질문이 고이고 있었다. 고립의 문제, 특히나 비자발적 1인가구의 삶이 자꾸 눈에 밟혔다. 고독사 이전에 ‘고독생’이 있었다. ‘스스로에서 함께로.’ 퇴사 한 달 만에 스스로랩이라는 이름의 연구소를 꾸렸다. 친언니가 은퇴 후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딜리스 카페에 약간의 투자를 하고 별실 하나를 우선순위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카페 연구실에 앉아서 보고 있자니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카페만 한 곳이 없었다. 내내 씨앗처럼 마음에 품고 있던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비영리 대화 모임 데스 카페(Death Cafe)였다.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 차와 케이크를 나누면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모아 ‘사(死)담’을 나눠보자 싶었죠. 죽음 이야기 나누는 걸 꺼리는 문화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거든요.”

영국 데스 카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이드라인을 내려받고 ‘호스트’ 신청을 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고 있는 내용을 보고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제한이나 심사는 없다. 데스 카페 경험을 질적 방법으로 분석한 미국 논문도 찾아 읽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범주화해 살펴본 내용을 읽는 동안 자신감이 생겼다.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일상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이왕이면 터부에 정면으로 맞서고 싶었다. 4월4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4일 저녁 모임을 여는 것으로 정했다. 10명 내외 소규모로 꾸리는 모임은 모집 홍보를 올리자마자 마감되곤 한다. “어떤 분이 들어오자마자 ‘죽음에 대해 실컷 얘기하고 싶어서 왔다’고 해요. 돌아가신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추억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잘 수용해주지 않은 거예요. 어쩌면 짐작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각자의 사별 경험을 들고 온다. 모임에 참여는 하되,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저 듣도록 배려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지지받는 경험이었다’는 후기가 기억에 남는다. 상실과 두려움만큼이나 ‘극복’과 ‘연대’라는 단어도 자주 보인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타인의 존재 덕분에 떠올려볼 수 있는 단어들이잖아요.” 성소수자 등으로 참여자를 제한해 모임을 꾸리면 또 어떻게 다를지도 차근차근 탐색해보고 있다.

사별 경험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로 이야기가 이어지곤 했다. 모든 말이 송씨 귀에는 “정책적으로” 귀한 이야기다. 1인가구로 강아지 ‘콩순이’와 함께 사는 송씨는 사전 장례를 꿈꾼다. “부조금 받을 사람도 없고(웃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처럼 맛있는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자리면 좋겠어요. 굳이 저를 사후까지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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