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하반기 생존전략] 소부장·디스플레이 날개…'장기계약·고부가 OLED'로 승부

이수진 기자 2026. 5. 29. 06: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기 발주 깬 부품업계 장기계약 확산
AI 핵심 부품 4년 만에 대규모 증설
소부장 '수주형'으로 산업 체질 개선
신규 팹 조기 가동에 실적 상향 본격화
LG이노텍의 대면적(사진 왼쪽)∙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 [출처=LG이노텍]

올 하반기 전자·ICT 산업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AI 투자 축이 학습에서 추론과 에이전틱 AI로 이동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GPU와 HBM에 집중됐던 수요가 서버 DRAM, LPDDR, eSSD 등으로 확산되며 메모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과 PC 시장은 온디바이스 AI 확산에도 교체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고성능 기판과 MLCC 등 전자부품 수요를 끌어올리며 관련 업계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통신업계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플랫폼과 게임 업계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하반기 전자·ICT 산업은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AI 활용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편집자 주]

◆"AI 서버 성능, 우리가 좌우한다"…기판·MLCC, 장기계약 시대로 체질 개선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전자장비와 부품 산업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수혜를 입어 실적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투자 사이클의 강력한 수혜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 상승의 핵심 키워드는 증설, 믹스 개선, 가격 인상으로 요약된다"고 진단했다.

과거 스마트폰과 PC 등 세트 수요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던 부품 업계는 AI 서버 투자 확대를 계기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 탑재량이 늘고 전력 소모가 커지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실리콘 캐패시터,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등 주변 부품이 완제품 출하 일정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서버 생산 차질로 직결되면서 거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기 발주 관행을 깨고, 물량과 가격을 미리 확정하는 장기공급계약(LTA) 흐름이 확산하는 추세다.

실제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계약을 2년간 체결하며 단기 거래 관행을 탈피했다. 아울러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탑재될 추론 전용 칩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용 FC-BGA 메인 공급사로 낙점돼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LG이노텍 역시 2분기 주요 고객사향 PC CPU용 납품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AI 가속기향, 내년에는 서버용으로 FC-BGA 공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부품 업계는 4년 만에 대규모 증설 사이클에 돌입했다. 주요 부품사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성공적으로 전가하며 이익 규모를 한층 키우고 있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목업. [출처=삼성전기]

◆메모리 '경기 민감' 꼬리표 뗐다…소부장, 투자 가속화로 밸류에이션 재평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추론형 AI 확산이 메모리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면서 밸류에이션 체계가 재편되고 있다. 과거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되던 경기 민감 업종에서 장기 계약 기반의 구조적 '수주형 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주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설비투자(CAPEX) 확대와 투자 속도 가속화가 핵심 근거다. 삼성전자의 평택 P5 클린룸 구축 시점과 SK하이닉스 용인 Y1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비 발주 시점도 올해 4분기로 당겨져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6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01.9%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은 해당 지역의 공급망 의존도가 낮아 직접적인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투자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반도체 생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9.6%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소부장 업계의 구조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가 압박·중국 추격 '이중고' 디스플레이…차량·IT용 고부가 OLED로 정면 돌파
페라리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완전 공개한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의 드라이버 비너클. [페라리 제공]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방 세트 수요 불확실성과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하반기 전방 소비가 위축될 경우, 중국 패널 업체들이 가동률 유지를 위해 공격적인 저가 밀어내기 전략을 펼 수 있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TV에 편중됐던 수요처를 차량용, IT 기기 등으로 넓히며 고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역시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력 스마트폰 패널의 수요 공백을 폴더블, IT용 OLED, OLED 모니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슬롯 재배분으로 흡수하며 하방 압력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프리미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할 예정이며, 페라리의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에 OLED 패널 4종을 단독 공급하며 완성차 업체를 핵심 고객군으로 편입시켰다. 또 올여름부터 8.6세대(A6) IT용 OLED 라인의 양산이 본격 개시되면서 노트북·태블릿 등 신규 고부가 시장 공략이 한층 가속화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1분기 기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OLED 중심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매출 기준 제품 비중을 IT용 37%, 모바일 37%, TV용 16%, 차량용 10%로 고르게 분산시켰다. 이와 함께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단행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나서는 한편,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고도화하며 전장 부품 분야로의 영역 확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결국 하반기 소부장(전자 부품·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존 전략은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AI 및 차세대 플랫폼 연계성' 강화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범용 제품의 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AI 서버용 고부가 기판의 장기계약(LTA) 체계를 구축하고 피지컬 AI·모빌리티 등 신규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선점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EBN